기업 장기자금조달 움직임/단기어음 줄고 CP 등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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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투자심리 점차 살아나
기업들의 돈 구하는 패턴이 「장기자금」위주로 뚜렷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이같은 기업자금조달의 장기화는 그동안 불황속의 금리인하를 앞두고 신규설비투자를 망설이며 단기자금만을 구하려던 기업들이 본격적인 자금준비에 나서기 위한 전초단계로 풀이되며 정부의 경기활성화 시책이 기업의 투자심리를 서서히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최근 1개월미만의 단기어음을 줄이는 대신 91일이상의 장기물 기업어음(CP)할인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리고 있다. 이는 3·26 금리인하 직후만 해도 기업들이 금리가 싼 1주일 이내의 초단기어음을 주로 할인받아 기존 고금리차입금을 갚아 나가는데 치중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으로 기업들이 자금의 안정적인 운용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음을 뜻한다.
단자업계에 따르면 전체 어음할인물량중 7일미만 초단기어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달말의 10∼15%에서 최근에는 이의 절반수준인 5∼7%로 떨어졌다. 단자권 전체의 어음할인 물량도 지난 16일 현재 28조7천억여원으로 3월말에 비해 2천억원정도 줄었으나 이중 장기물인 CP의 비중은 월말 평균 50%수준에서 최근 55%선까지 높아졌다.
J투금 기업금융 담당자는 『기업들이 아직 적극적인 자금조달에 나서지는 않고 있으나 금리가 더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고 만기가 온 단기어음을 CP로 바꾸는 경향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아직까진 은행권의 당좌대출잔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달말이나 내달초에는 자금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인 A사 자금담당자는 『하도급 중소기업에 대한 어음결제기일이 90일에서 60일로 단축됨에 따라 5월부터는 자금순환이 빨라져 종전보다 자금확보물량을 늘려야 할 형편이어서 이달들어 장기어음할인비중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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