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석방 협상 '희망' 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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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질 23명이 납치된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의 주민 1000여 명이 24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주도인 가즈니시에서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는 이슬람 율법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가즈니 AP=연합뉴스]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이 납치 엿새째인 24일 밤 협상시한을 사실상 연장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시한을 24시간씩 연장해오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엔 이를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4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데 낙관적이며 시한인 24일 오후 11시30분까지 사태가 종식되지 않아도 시간을 더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과 한국 정부 협상대표단이 현지 부족 원로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협상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 보태졌다. 탈레반 측이 인질 8명과 교환할 탈레반 수감자 8명의 명단을 작성해 아프간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탈레반 지휘관이 밝혔다고 AFP통신이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들은 바 없다. 언론플레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NHK방송은 "탈레반이 피랍자를 살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NHK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대표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현지 국회의원 후사이니와 탈레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협상단이 이른 시일 안에 합의에 도달해 인질 납치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탈레반의 자세가 부드러워졌다"며 "협상 전망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CNN 방송도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주민들이 탈레반의 납치 행위를 비난하며 인질 석방 요구 시위를 벌인 것도 이런 분위기에 도움을 줬다.

이런 가운데 납치단체가 처음으로 금전을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본 교도통신은 탈레반이 한국 정부에 "인질들과 전화 통화를 하려면 10만 달러를 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인질들의 최근 사진을 보는 데도 1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 협상대표인 코와자 아마드 세데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에 따라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탈레반 무장세력들은 처음엔 석방조건으로 한국군 철군을 요구했으며 곧이어 피랍자와 인과 같은 수의 동료 수감자와 교환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인질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인질의 건강 상태가 대체로 좋지만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음식과 약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23일 한국인 피랍을 "미국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탈레반에 인질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납치된 한국인은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 선량한 시민들"이라며 "미국은 이 사태에 대처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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