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녀외교관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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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나라 최초의 부녀외교관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시카고총영사로 발령난 이창호외무부조약국장과 장녀 미연씨(25·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이양은 27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3회 외무고시출신의 아버지 뒤를 이어 외교괸의 길에 들어섰다. 이양은 특히 이번에 합격한 예비외교관 가운데 홍일점이다.
이양은 지난 91년 처음으로 외무고시에 응시, 2차시험에서 0·l9점 차이로 고배를 마신뒤 올해 재도전,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어렴풋이 외교관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갖기도했다』는 이양의 원래 꿈은 신문기자가 되는 것.
대학에서 3학기동안 대학신문기자로 활동했던 이양은 어렸을 때 두 차례에 걸친 외국생활로 우리나라의 사정도 잘 모르고 한글로 기사를 쓰는데 어려움을 느껴 결국 기자가 되려는 꿈을 포기했다.
유치원때부터 국민학교 2학년때까지 아버지를 따라 미 워싱턴에서 생활했던 이양은 귀국후 성신사대부속국민학교에 진학, 우리말과 글에 익숙치않아 학교성적이 평균「양」을 기록할 정도.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2까지 다시 아프리카코트디부아르에서 생활했던 이양은 당시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놓고 공부하는 바람에 시력이 나빠졌다고 한다. 그녀는 귀국후 경기여고에 전학,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반에서 1∼2등을 다퉜으며 서울대는 특례입학으로 진학했다.
최근 국사학자인 김성칠씨의 『역사 앞에서』를 감명깊게 읽었다는 그녀는 『전공을 살려 중국을 무대로 한 외교현장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영사는 『그동안 외국생활을 해 딸애의 고3을 치러보지 못했는데 큰애가 공부를하는동안 TV도 크게 못틀 정도로 뒤늦은 고3홍역을 치렀다』면서 『딸애가 당당한 여셩 외교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아세례를 받을 만큼 독실한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난 이양은 지난 2월 시험기간에도 집근처 혜성교회에 빠짐없이 나가 기도하는등 신앙생활도 모범. 한편 이번 외시에는 정태익주카이로총영사의 외아들 기용군(22·서울대공법학과4) 도 합격해 박영철전라남도 외교자문대사 부자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번째로 부자외교관이 탄생하게 됐다. <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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