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충격」 숨가쁜 민주/이 대표 급거귀경… 대책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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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선에 악재 돌출” 수사배경 촉각/“사실상 야 사정 신호탄”내심걱정
민주당이 「이동근쇼크」로 추위를 타고있다.
민주당은 16일 의원간담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어 이번 일이 보선 겨냥 등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강력 대응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의 불똥이 확산될 가능성이 보여 대응책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무엇보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보선에 영향이 미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최형우 전민자당사무총장 파동을 희석시키는 한편 오는 23일 실시될 보궐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규정,강력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즉 검찰의 수사착수 경위와 시기 선택에 있어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는 입장이다.
○“오래전 안 사실”
이와 관련,박지원대변인은 『포항제철 세무조사과정에서 이 의원의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이미 여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보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를 갑작스레 터뜨린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조세형최고위원은 『이번 일이 이 의원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당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태』라며 『차제에 현직 의원을 함부로 인신 구속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기·신순범최고위원은 『민자당쪽에도 비난받고 있는 의원들이 여러명있는데 이 의원에 대해서만 서둘러 수사에 나선것은 수사의 형평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신 최고위원은 또 『이 의원이 실질적 사주라 하더라도 경영인이 따로 있는데다 현역의원인 만큼 불구속 수사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야탄압” 주장한계
이에 앞서 가야클럽 초청 토론회 참석차 부산에 내려가 있던 이기택대표는 15일 밤 현지에서 수행한 의원 1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으며 16일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상경했다.
그러나 개혁모임소속 한 의원은 『야당 스스로 자정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외부의 칼이 들이닥친 것』이라고 당의 지도력 부족을 비판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뼈를 깎는 아픔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의원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막상 뽀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이미 김문기 전의원을 구속한 터여서 야당탄압으로 몰아붙이기에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언론을 상대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정치사건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정부의 개혁조치에 대다수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고 언론의 역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야당탄압으로만 몰아가기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노무현최고위원 같은이는 『이 의원이 포철을 상대로 광고비를 갈취했다고 하나 당시 집권당 최고위원으로 있던 박태준씨가 회장으로 있었는데 「공갈」이 통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야당에 대한 사정활동의 신호탄이 아닐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성역」없는 사정방침을 거듭 천명해왔고 여기에는 야당도 예외일 수 없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몇몇 의원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그만큼 우려의 강도가 클 수밖에 없다. 이부영최고위원은 『정확한 진상을 좀더 알아 보아야 겠다』며 『재산공개에 대한 실사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한만큼 당이 적극적인 실사에 나서 「외풍」을 최대한 사전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 역전에 난감
여기에 경기 광명 등 3개 지역 보궐선거가 발등의 불이다.
정부·여당의 거센 개혁 밀어붙이기에 밀려 가뜩이나 여당과의 차별성 부각이 어려운 형편에 「최형우파동」으로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상황이 다시 역전되자 난감해 하고 있다.
따라서 최형우 전민자당총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맞불작전을 통해 보선에 미칠 영향력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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