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앞서 연장10회 제구력 "증발" 삼성 오봉옥 프로 첫 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부득탐승(부득탐승). 바둑 10계명 제1항에「승리를 욕심내면 오히려 패한다」는 가르침이 있다.
승부에 임했을때 마음을 가다듬고 욕심을 버려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경험적 교훈이다.
이 격언은 바둑뿐 아니라 모든 승부의 진리로 인식된다.
지난해 혜성같이 프로야구마운드에 등장, 1백%승률(13승)의 신화를 이룩한 오봉옥(오봉옥· 26)이 14일 프로데뷔이래 첫 패배의 쓰라림을 맛보았다. 올들어 전담 마무리투수로 변신한 오는 2,3차전에서 거푸 세이브에 성공,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오는 13일 0B와의 경기에서 9회말 등판, 볼1개만을 던지며 세이브를 따내「행운의 사나이」라는 찬사를 또다시 들었다.
이날 삼성이 1-0으로 앞서던 7회말 1사3루의 위기에 선발 유명선(유명선)을 구원등판한 오는 0B 7번 김종석(김종석)에게 우전안타를 얻어맞아 동점을 내줬다.
삼성은 연장 10회초 6번 김성현(김성현)의 좌전적시타로 귀중한 1점을 뽑아 2-1로 승리를 눈앞에 두게됐다.
오봉옥에게 또다시 역전승이란 행운이 찾아든 것이다.
10회 OB의 공격만 막으면 14연승에다 올시즌 3연속 구원성공을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마운드에 선 오봉옥은 욕심이 앞서면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첫 타자인 박현영(박현호)은 2-2까지 가는 승강이끝에 다행히 삼진으로 잡았으나 9번 이명수 (이명수)에게는 신경전 끝에 좌전안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오는 10회들어 제구력에 난조를 보여 두타자에게만 12개의 공을 던졌다.
혼자 타자를 처리하겠다는 의욕이 앞선 결과 맞혀 잡는 쉬운 길을 외면했던것이다.
2번 김광림(김광림)을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로 만들어 놓고 오는 마운드를 정윤수(정윤수)에게 넘겨주었다. 이어 좌타자인 김형석(김형석)의 타구가 3루수 김용국(김용국)의 글러브에 퉁기는 순간 오의 행운은 상대투수인 김경원(김경원)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행운을 거머쥔 순간 평상심을 찾지 못한 결과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