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층 조직적 반격 신호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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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형우」사퇴까지 몰고온 「경원대사건」/“언젠간 당한다”위기감 일자 폭로/청와대도 감지… 강공수위 높일듯
최형우 전민자당 사무총장의 경질배경엔 개혁작업을 추진하는 신세력에 대한 구여권 세력의 조직적 반격이 깔려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최 전총장은 새정부 출범후 개혁의 선봉장을 자임하면서 특히 사무처요원 감축,재산공개 파동에 따른 의원징계 과정에서 「칼날」을 휘두른 장본인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로부터 개인적 원한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었다.
정가에는 사정 화살의 과녁이 돼온 이른바 기득권 세력의 반격개시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경원대를 중심으로 얽혀있던 기득권층의 부패구조가 새정부의 수술 시작에 최 총장을 인질로 해 거부반응을 일으켰다는 해석도 있다. 경원대를 설립한 고 김동석이사장은 5공초부터 여권인사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인적 원한 대상
구민정당중앙위 총간사 및 청년분과위원장·교육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민정당 주변을 맴돌며 당시 정계·군쪽의 실세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는 특히 역대 문교부장관과 가까운 사이였는데 이규호 전장관에겐 골프를 가르쳐줄 정도의 밀착관계였다고 한다.
자연히 학교설립에서부터 세신장에 이르기까지 범여권 세력의 직·간접 지원이 적잖았을 것이란 점은 쉽게 짐작된다.
5공시절 김씨는 K의원·C전의원과 함께 3총사로 불리기도 했으며 여권핵심부 인사들중 그의 향응과 봉투세례를 안받아본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엄청난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유력인사들중 상당수가 자신의 자녀 또는 친척 등을 이 학교에 부정입학시켜왔다.
최근 김영삼대통령의 철저수사 엄명이 내려지고 경찰수사가 본격화되자 김씨와 이러저러 관계를 맺어온 구정권의 여러 인사들이 위기의식을 감지한 나머지 관심을 돌리기 위해 최 전총장 아들 건을 폭로,부각시켰다는게 반격설의 하나다.
최 전총장측은 아들의 합격여부를 알려달라는 정도의 부탁이었지 돈을 건네고 부정입학시켜달라는 구체적 요청을 하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여부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최 전총장측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경원대 입시부정 사건에 『최 전총장도 포함됐다』는 한마디에 관심이 개혁 주체세력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된 현상을 돌이켜 볼때 어쩌면 반격은 충분히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서 최 전총장건을 폭로한 박춘성교수의 의도가 궁금증을 낳고있다.
일각에서는 TK세력의 반격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때부터 밀리기 시작한 TK세력들은 새정부 출범후 계속 연타를 맞았다는 느낌과 함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TK들 불만고조
사정당국이 이들에 대한 내사를 시작하자 최근 TK 핵심인사들이 대책을 협의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박준규의장에게 의원직 사퇴를 하지 말도록 적극 만류한게 TK쪽이며 최 전총장건 폭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등 밑도 끝도 없는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위기에 몰리면 오히려 강공을 구사해 판세를 뒤집거나 위기를 탈출하는 것이 김 대통령의 오랜 정치역정에 나타난 장기이자 대표적 전술·전략이다.
김 대통령이 최형우 쇼크극복을 위해 쓸 대응책도 이같은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혁을 내세운 신세력에 대한 구세력의 반발도 더 세게 누르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
이를테면 지난주 황인성총리·김종필민자당대표의 타협적 발언을 일절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묵살한 것과 같은 수법으로 수구세력의 도전에 대처할 것이라는 것이다.
○교육개혁 거론
김 대통령은 최 총장 경질과 교육개혁을 동시에 들고나왔다.
그는 자신의 개혁드라이브에 부담을 느끼는 기득권층이 자신에게 도덕적 상처를 입히려는 의도를 짐작하고 있다.
청와대는 새정부 출범초 고위직 인선과 재산공개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이 언론기관에 묘한 정보를 흘린 사실을 상기하면서 이번 최 총장의 경우에도 그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듯 하다.
청와대는 이미 상당한 비리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의 「구세력」의 내사를 강화할지 모른다. 청와대는 감사원·국세청·경찰 등 사정당국의 정상적인 활동으로 기득권 세력을 얼마든지 엄벌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김 대통령의 고집·오기가 기득권세력의 조직적 반발낌새를 확인하는 날에는 더욱 매몰찬 사정한파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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