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체는 대통령” 의지결연/「오른팔」 잘라낸 Y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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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장 민주계기용 정면돌파 뜻/“한치도 못 물러선다” 강도높여
14일 민자당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최형우의원은 김영삼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려질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가 물러난 빈 자리도 클수밖에 없다. 개혁의 주역이었기에 새정부의 개혁이미지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없으며,여당의 실세총장이었기에 민자당내부의 변화 역시 크지 않을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개혁에의 영향이다. 개혁이미지의 손상으로 개혁의 강도가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고,오히려 오른팔을 잘라내는 고통을 감수한 만큼 개혁의 의지는 더욱 결연해지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완화가능성 없다
한 당직자는 신임총장이 알려지기전 『후임총장에 김윤환의원이나 이한동의원 등 민정계출신 중진이 발탁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민정계출신의원의 발탁은 곧 개혁의 완화를 의미한다고 할수 있는데,이러한 가능성을 자신있게 부인한 것이었다. 지금이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이 있다고해서 개혁자체를 후퇴시킬 가능성,비민주계를 의식한 개혁완화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확신이었다.
역시 김 대통령은 사무총장에 다시 민주계인 황명수의원을 임명했다. 적어도 4선이상이어야 어울리는 총장자격에 맞는 민주계의원은 세사람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경력 등으로 미뤄볼때 민주계에는 사무총장 적임자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지난 재산공개파문으로 물러난 유학성의원의 후임으로 국방위원장자리를 내정받고있는 황 의원을 이례적으로 또다시 사무총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당이 해야할 개혁의 중요성에 비춰볼때 「직접통제의 끈을 늦출수 없다」는 의지가 아닐수 없다. 문제가 되자마자 최 총장을 경질하고 황 총장을 전격적으로 임명하는 신속함을 보인 것도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는 긴장감을 느낄수 있다.
○직접통제할 의도
황 의원은 대통령과 함께 오랜 야당생활을 같이해온 인물이며,이민우 전신민당총재와 함께 상도동계를 지지한 진산계다. 그는 특히 84년 민추협간사장을 맡으면서 확실한 YS노선을 지켜왔으며,이민우파동때는 오랜 지기인 이 총재대신 통일민주당을 새로 만드는 YS쪽을 따라나와 신임을 더했다. 물론 최 의원처럼 YS의 확실한 한쪽팔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의 신임,다시 말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면에서는 결코 빠지지않는다고 할수 있다.
개혁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의 보다 확실한 근거는 대통령의 반응이다. 대통령은 14일 오전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고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오후 최 의원으로부터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고는 『어째 그런일이,어째 그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평생동지요,오른팔이란 최 의원에 대한 동지애의 깊이를 느낄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두말없이 최 의원의 총장직을 박탈해 버렸다. 읍참마속의 심정일 것이다. 대통령은 군령을 세우기위해 아끼는 맹장 마속을 벤 제갈량의 심경처럼 개혁의 의지를 높이 세우기위해 최 의원의 총장직을 박탈했으리라 짐작된다.
○읍참마속의 심정
대통령은 신임 황 총장의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도 『개혁을 위해 전진하다보면 돌뿌리가 나올수도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며 개혁추진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개혁의 의지를 재천명했다.
황 총장 역시 임명장을 받은뒤 기자회견에서 『신한국창조에 조금의차질도 없도록 하겠다』『집권여당도 환골탈태해 모든 개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총장 한사람의 문제로 개혁의 틀이 무너졌다고 보지말라』는 등 개혁의 뜻을 각별히 강조했다.
물론 최 의원 사건으로 비민주계의 개혁비판 주장이 표면화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당 개혁의 사령탑으로 재산공개와 의원직박탈·탈당강요의 장본인이었던 최 의원이기에 그 자신의 도덕적 하자는 당연히 정동호의원이 외쳤던 『누가 돌팔매질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항변을 불러일으킬수 있다.
그러나 한 의원은 『개혁이 언제 총장이 주도한 것이냐』고 반문한뒤 『대통령의 의지는 오히려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민정계 기득권세력도 함부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제하에서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며,당연히 모든 권한도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므로 개혁의 주체도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자신이라는 것이다. 여당의 사무총장이란 대통령의 의지를 충실히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란 진단이다.
따라서 총장에게 요구되는 최대의 미덕은 충성심이라는 것이다.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라는 명예를 「무정부패척결」에서 찾으려는 김 대통령 자신의 의지가 분명한 마속과 같은 희생은 오히려 개혁의 의지를 안팎으로 담금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진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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