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서편제』주연 오정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요즘 극장가 화제는 『서편제』일색이다.
임권택감독이 장인에서 작가로의 진입을 확실히 선언한 이 영화는 오정해라는 신데렐라를 탄생시켰다.
남도소리꾼일가의 애잔한 편력을 판소리와 창으로 표현한『서편제』에서 오양은 눈먼 처녀 소리꾼 송화역을 맡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영화를 보고 난 어떤 이는『지금도 남도 어느 곳에선가 늙은 송화가 창을 부르는 듯하고 그 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그만큼 오양은 우리 소리에 담긴 처연한 한을 가슴 아리게 표현해냈다.
물론 이 연기는 전적으로 임감독의 노련한 연출 역량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나 오양 자신이 갖춘 여러가지, 예컨대 매우 한국적인 용모나 자태가 바탕을 이루고 있어 우리 영화계로서는 한국인의 정서를 한국적으로 그려낼 만한 배우가 생겼다는 뜻깊은 수확을 한 셈이다.
첫 출연한 영화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고 이어 역시 임감독이 준비중인 『태백산맥』에 마음씨 고운 무당 소화역에 기용된 오양은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판소리를 전공(중앙대 올해졸업)하고 「미스춘향」에 뽑혀 TV에 출연한 것이 우연히 임감독의 눈에 띄어 『서편제』에 출연케 됐는데 겉보기와는 다른 당돌한 끼가 내면에 감춰져 있어 절제된 내면연기라는 고난도의 연기를 능히 소화, 대성가능성이 누구보다 높다는 게 임감독의 얘기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같은 전천후 연기자가 되는 게 그녀의 꿈이다. <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