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청률 드라마 퇴조 보도물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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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치권의 개혁태풍이 대중문화 전반에도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출판·방송·영화·비디오등 대중문화의 전부문에 걸쳐 닥친「정치한파」는 오락분위기의 퇴조, 허구의 드라마에 대한 관심 감소라는 현상으로 요약된다.
가령 TV시청률에 있어 드라마부문이 늘 큰 차이로 뉴스프로보다 앞섰으나 최근들어 그 차이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지금의 현실이 드라마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는 이 같은 TV시청현상은 서점가에도 그대로 나타나 서적판매를 주도해온 소설류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극장가도 히트를 예상했던 영화들이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고 비디오대여점도 대여실적이 미미해 울상을 짓고 있는데 이 또한 정치권의「현실드라마」가 주는 흥미에 반비례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방송>
안방극장이 청소년 위주로만 가고있어 어른들이 볼 것 없다는 불만을 터뜨리던 TV도 대통령선거이후 새정부와 함께 들이닥친 정치적 관심에 크게 주춤하고 있다.
미디어 서비스코리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KBS-2TV와 SBS-TV의 밤9시대 드라마들이 44%의 높은 시청점유율을 보였으나 올 3월엔 39.5%로 5%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뉴스의 시청점유율은 동일 시점 26%에서 34.3%로 8%포인트 정도 상승해 드라마의 시청률 하락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SBS의 편성차별화가 성공, 지난해 6월께부터 드라마가 뉴스의 시청점유율을 능가하게된 현상이 현재 추세로 보면 재역전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뉴스 시청률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편성관계자들은 새정부 등장이후 정치적인 다양한 기대심리와 정보 욕구가 터지면서 시청패턴을 뉴스선호쪽으로 바꿔놓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출판>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국민의 관심」이 온통 신정부쪽에 쏠려 있어 책이 별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도 서점가 매출감소의 적지 않은 원인이 되고있다.
서울시내 4대서점을 중심으로 보면 이번달 들어 매출이 예년평균 수준보다 20∼30%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서적은「책의 해」가 조성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예년수준에 머물러 책값 상승 및 연평균 매출증가율(20%정도)을 감안한다면 책판매 감소는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영풍문고의 남광우과장도『신정부의 개혁바람으로 인해 독자들의 관심이 온통 시사문제로 쓸린 것 같다』며『시사서적·종합 월간지등의 판매가 늘어나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으며 이번달 들어 평균매출은 연초대비 30%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화>
「아카데미상 수상작은 흥행의 보증수표」라는 말을 아득한 옛말로 만들만큼 극장가는 썰렁하다.
아카데미상에서 작품·감독상 수상작은 최소한 관객 20만명을 보장했었다. 그러나 올해의 대상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는 불과 5만명도 못채우고 간판을 내렸다.
『용서…』는 오락영화로서의 재미에 문제가 있어 그렇다 치더라도 알 파치노라는 인기배우가 남우주연상을 탄 『여인의향기』는 영화적 재미에도 불구하고 2만명을 겨우 넘기고 종영했다. 아카데미상쪽이 이러하니 다른 영화들은 상영하자마자 곧 종영하는 악순환에 걸려 영화업자들은 완전히 기가 꺾인채 일손을 놓고 있다.
지난달부터 걸린 20여편의 영화중 본전이라도 건진 것은 1∼2편 정도에 불과하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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