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아프간 증파 검토 "협박 굴복은 독일의 책임있는 행동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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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는 자국민을 인질로 붙잡고 살해 위협을 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군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탈레반은 독일이 아프간에 파견 중인 3000명의 병력을 즉각 철수시킬 것을 요구해 왔다.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는 22일 공영 ARD TV 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위협에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인질 한 명이 총상을 입은 시신으로 발견된 뒤에도 '테러단체와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테러리스트와는 타협 없다=메르켈 총리는 오히려 "독일군을 아프간으로 증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까지로 돼 있는 아프간 주둔 독일군의 파병 시한 연장을 조만간 의회에 요청할 계획도 밝혔다. 메르켈은 2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국민을 위험 속에 내버려 둘 수 없다. 독일군의 임무 시한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명의 인질을 구하기 위해 몸값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겠지만 협박에 굴복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신 "모든 책임 있는 수단을 동원해 인질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돈은 써도 원칙은 포기하지 않는다=올 초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연계된 한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62세의 독일 여성 하네로제 크라우제와 그의 아들 지난(20)이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이슬람 무장단체의 웹 사이트에 인질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공개하고 독일이 10일 안에 아프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비디오에서 크라우제는 메르켈 총리에게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살해당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르켈은 "폭력적인 위협에 굴복해 아프간 재건 노력을 포기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내무장관도 "우리는 분명하게, 단호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우제는 피랍 5개월 만인 이달 10일 풀려났다. 그러나 아들은 아직 무장단체에 잡혀 있다. 지난해 1월에도 독일인 기술자 2명이 이라크에서 납치됐다. 무장단체는 독일이 이라크와 모든 형태의 협력 사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으나 독일 정부는 굴복하지 않았다. 두 명의 인질은 99일 만에 풀려났다.

독일 정부가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몸값을 건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ARD TV는 독일인 기술자 2명을 석방하기 위해 독일 정부가 1000만 달러의 몸값을 지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경환.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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