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2명 진짜 살해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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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보다 하루 앞서 납치된 독일인 2명이 탈레반의 주장대로 살해됐는지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독일과 아프간 정부가 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21일 "인질 2명 중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살해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납치돼 있는 동안 받은 압박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나머지 인질 한 명을 구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주간 슈피겔 웹사이트는 사망한 인질은 당뇨를 앓고 있었다고 아프간 정보 당국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기술자인 독일인 인질 2명이 18일 댐 공사를 하던 도중 납치된 수도 카불 서남부 와르다크 지역에서는 22일 이들 중 한 명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사망자의 신원과 정확한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 측의 인질 살해 주장을 부인했다. 술탄 아마드 바힌 외교부 대변인은 "인질 2명 중 한 명은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나머지 한 명은 아직 살아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으로 자처해 온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1일에 이어 22일에도 "독일 인질들이 모두 살해됐다"고 재차 주장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독일) 정부가 원한다면 숨진 사람들의 시신을 조건 없이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탈레반 웹사이트도 "지도부가 독일인 2명과 (함께 납치된) 아프간인 5명의 처형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독일과 아프간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인질들이 살해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독일 '빌트 암 존탁'지는 "독일 관리들이 여러 발의 총상을 입은 인질 시신 한 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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