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조선족 「공동체」무너진다/“돈 벌자”… 「무작정 상경」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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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40대가 압도적/자녀교육 뒷전에/길림 등 3성 「전통한국문화」해체조짐
중국의 개방·개혁 진행과 더불어 조선족 사회가 크게 변모하고 있다. 중국내 57개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 인구는 2백만명. 최근 이들 조선족들의 이농·도시진출이 가속화함에 따라 민족문화의 근거지였던 조선족 거주 농촌사회가 급격히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흑룡강성의 한 조선족마을의 경우 주민 1만1천여명 가운데 최근 1∼2년 사이에 3천여명이 도시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선족 주분포지역인 동북 3성(길림·요령·흑룡강)에 공통된 현상이다.
농촌지역 인구감소로 우리 말과 글,그리고 문화의 보급원인 소학교와 중학교의 조선족 학생수가 격감해 폐교가 늘고있다.
흑룡강성 모단강시 일부 조선족 학교들이 최근 폐교한데 이어 얼마 남지않은 조선족 학생들도 한족학교로 편입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조선족문화 쇠퇴내지 단절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교육 불가피
조선족 분포상황을 연구해온 북경중앙민족학원 김병호교수에 따르면 적국적인 인구조사가 실시됐던 지난 53,82,90년의 인구통계에서도 조선족 마을의 해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흑룡강성의 경우 조선족 거주율이 90% 이상인 마을은 4백98개. 이 가운데 2백26개 마을이 지난 82년부터 90년까지 8년간 인구수가 감소했다.
이 결과 조선족의 구성비율이 1백%였던 마을이 3백90개에서 3백5개로 줄었으며,시장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한 최근 1,2년 사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지난 82년 이후 8년간 흑룡강성에서 6만,길림성에서 3만여명이 북경·요령성·산동성 등지로 남하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히고 둥북 3성의 조선족 마을들의 규모 축소,주민 가운데 조선족 비율의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경에만 2만명
특히 북경의 경우 조선족 진출은 82년 인구조사때 3천9백98명에서 90년에는 7천6백80명으로 8년동안 약1백% 증가했다.
현재 북경에 살고있는 조선족수는 2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북경에는 조선족이 경영하는 음식점(6백여개소) 가라오케(50여개소) 등이 우후죽순 식으로 등장하여 도시 진출 조선족들이 유흥음식업소나 관광여행사 등에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족들의 이같은 도시진출은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 도농간,연안지역과 개발이 더딘 내륙지역간 소득격차가 심화되면서 돈을 벌기위해 무작정 도시로 몰려드는 「맹류현상」중 하나다.
89년 이후 하루 평균 4백만명의 중국인들이 상해·광동·북경·천진 등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중국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특유교육열 위기
김 교수는 도시진출 조선족은 20∼40대 청장년층이 압도적이며,이들이 새로운 경쟁사회에 뛰어들면서 2세들의 교육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말하고,『중국에서도 최고수준을 자랑하던 조선족의 교육열이 위기를 맞고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선족 여성의 경우 생활수준이 높은 도시로 진출하면서 이민족과의 통혼율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종래 조선족끼리의 결혼이 당연시되던 관습이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조선족의 도시진출이 이른바 한족과의 동화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북경=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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