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0대 독·영 테크노음악 열광 미제청바지 “시들”「페페」상표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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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럽에서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팝음악과 영화, 코카콜라와 청바지로 대표되는미국 대중문화는 제2차세계대전후 미국의 막강한경제력, 정치 군사력을 배경으로 유럽 뿐 아니라 전세계를 풍미해왔다.
그러나 유럽 통합의 추진으로「하나의 유럽」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유럽 젊은이의 동경 대상이었던 미국 팝문화가 점차 매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REM으로 대표되는 복고적 록음악이 인기를끌고 있는 반면 유럽 10대들은 독일의「판타스티쉔피어」, 오스트리아의「팔코」,영국의「라이트 세드프레드」등 테크노댄스음악을 연주하는 유럽 그룹들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해 파리 근교에 개장한 디즈니랜드의 유럽판「유럽디즈니」는 이제 달갑잖은 외국문화의 침투로 여겨지고 있고, 정년 개국한 음악전문 방송 유럽 MTV는 미국 10대에게는낯선 패션과 음악을 방송하고 있다. 미제 리바이스청바지에 열광하던 유럽청년들은 이제「페페」상표를 더 많이 찾는다.
물론 아직도 영국· 프랑스 소년들이 미프로야구모자를 쓰고 WWF레슬링경기에서부터 TV극『베벌리 힐스 90210』에 이르는 미TV프로가 인기를끌고 있지만 의상·음악등에서 미국의 영향력은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 통합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럽공동체 12개국이 올해부터 단일시장으로 통합돼 물자· 사람· 자본의 이동이 한층 자유로워지면서 유럽이라는 일체감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30만명이상의 유럽 젊은이들이 3백7O달러짜리 인터레일탑승권을 이용, 유럽 26개국을 자유롭게 여행했다. 독일 시사잡지 포쿠스는 이런 젊은이들을「예피(Y-eppy)」라고 표현했다. 이는「유럽인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젊은 유럽인들」이라는 의미.
광고대행사인 알토사는 최근 브로슈어를 통해 국적보다 나이와 문화적 취향에 의해 동질성을 갖는 30세 이하의 젊은층을「유러키드 (Eurokids)」라고 부르면서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모세대보다 여행을 즐기고, 결혼을 늦게 하며, 일찍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영어로 의사소통할수 있다는 점도 유럽적동질성을 확대하며 나름의 문화를 선호하는 계기로작용하고 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유럽 12개국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18∼24세의 약7O%가 영어로말할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5세 이상 경우 40%만이 영어를 할줄아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밖에 정보의 국제화도 미국문화의 영향력 약화에 기여하고 있다. 영국 패선잡지 편집장 마이클 콜린은『몇년전만 해도 유럽인에게 공통적 문화는 미국문화밖에 없었다』면서『이제는 위성TV· 유선방송·비디오 렌틀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되면서 미국과는 다른 스타일·음악·패션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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