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 헤일 피델리티 아시아 대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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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22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펀드 투자 러시를 실감하려면 피델리티의 에반 헤일(44) 아시아 대표를 보면 된다. 그는 8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국 대표였지만 지금은 한국·홍콩·중국·싱가포르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 있다. 한국에서 거둔 실적 덕분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지난 2년간 한국에서 판매한 해외 펀드는 2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한국 자산운용 시장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자산운용 시장의 성장은 놀라움 그 자체”라며 한국이 동북아 자산운용 허브가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해외 펀드의 ‘테스트 마켓’으로 부를 만하다”며 “한국에서 인기 있는 펀드는 아시아 다른 시장에서도 잘 먹혀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투자자들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였다. “과거 한국의 투자자들은 ‘고위험-고수익’을 선호하는 단기 매매에 치중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5년,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안정형 투자자로 변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델리티의 상품이 국내에서 인기를 끈 데는 그의 탁월한 수완이 한몫했다. 무엇보다 판매 채널을 잘 개척했다. 피델리티는 현재 91종의 펀드를 국내 37개 은행·증권사를 통해 판매 중이다. 그는 직접 은행장, 증권사 사장들을 접촉했다. 그는 해외펀드 취급 경험이 부족한 국내 판매사 직원들의 목마름을 간파했다. 이들에게 피델리티의 판매사 직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인 ‘페이트(FATE)’를 한국형으로 정비해 적용했다. 그는 “우리는 교육 중에 피델리티의 펀드를 판매해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판매 직원에게 필요한 고객 응대와 상담 노하우를 알려주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 운용사들이 한국에 대거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판매 채널도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점쳤다. 그는 머지않아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국적 운용사가 M&A를 시도하는 등 운용사 간 통폐합을 거쳐 크게 대형 운용사와 중소형 특화 운용사로 나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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