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정권 군맥 조기정리/두달 앞당겨진 군수뇌 인사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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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존 선두주자 아닌 「2차진급자」 기용/하나회 회원이라도 능력따라 선별진급
8일 단행된 올해 정기육군수뇌부인사는 32년만에 출범한 문민정부의 첫번째 「군부 골격짜기」로 향후 김영삼정부의 성격과 용병술을 가늠해 볼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인사 특징으로는 당초 6월예정이었던 정기인사가 전례없이 두달이나 앞당겨 조기단행됐고 육사19기생 김진선육참차장과 윤용남합참전략기획본부장 등 2명이 동기생중 선두로 대장에 승진,야전군의 꽃인 군사령관에 임명됨으로써 본격 19기 야전군사령관 시대가 열리게 됐다는 점이다.
이로써 김영삼정부 군부의 첫 진용은 군령최고사령탑인 ▲이필섭합참의장(육사16기)을 정점으로 ▲김동진육참총장(육사17기) ▲편장원 합참1차장(육사18기) ▲조남풍 1군(육사18기) ▲김진선2군 ▲윤용남 3군사령관 등 육사16기에서 19기까지 6명의 대장으로 수뇌부를 형성하게 됐다.
이번 대장급에 이어 이달안으로 국방부본부를 비롯한 군단장 및 사단장후속인사가 잇따라 단행될 예정이고 보면 김영삼정부는 출범 두달만에 전두환·노태우정권의 군맥을 사실상 단절해 버리고 문민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군통수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동안 육참총장과 기무사령관(3월8일),수방사·특전사령관(4월2일) 등을 전격 경질한데서도 어렴풋이 나타났지만 김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 앞서 적어도 기본 세가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던 것같다.
김 대통령은 ▲하나회와 「9·9인맥」 등 「전·노인맥의 배제」를 기본원칙으로 하되 이를 무차별 적용하지는 않고 ▲기존 선두­후발주자 개념은 무시하며 ▲또다른 형태의 군맥 형성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중점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육사18기중 2차 진급자이면서 「전·노인맥」과는 무관한 편장원교육사령관을 합참1차장에 임명하는 한편 하나회와 군부인맥의 핵심멤버인 윤용남·김진선 두 중장을 군사령관에 기용한 점에서도 발견된다.
이는 하나회와 「9·9인맥」의 배제라는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각자 지휘역량과 성향·자질·평판 등에 따라 이를 각기 차별 적용함으로써 이번 인사가 결코 「전·노인맥」에 대한 보복적 정리만이 아닌 군내화합과 단결도 배려한 것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 신임 편 합참1차장과 김 2군사령관 등 2차 진급자들이 전격 선두로 부각,기존의 선두­후발주자 개념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이다.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새로 육사 24기 사단장 진출이 확실시되어 ORTC 1기생인 박세환중장(8군단장)의 다음 보직이 주목된다.
이번 조기인사는 그동안 두차례에 걸친 전격인사로 군내부에 심상잖은 불안한 기류가 조성되자 김 대통령이 권영해국방장관에게 조기 단행방침을 지시한 것으로 그동안 기습인사로 인한 파문을 수습하자는 뜻이 짙다.
국방부는 차제에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6월,12월 정기인사주기를 4월,10월로 바꿔 실시하기로 했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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