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大, 스탠퍼드대와 손잡고 9월 '공동 대학'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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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대 쉬즈훙(許智宏)총장. 개교한 지 1백6년이 된 중국 최고 명문대를 개혁의 한복판에 몰아넣은 인물이다. 대학에서 톄판완(鐵飯碗.철밥통)을 몰아냈다는 평가와 아예 베이징대를 해체하려 한다는 비난이 그를 놓고 교차한다.

지난해 12월 어렵사리 그를 만났다.

許총장은 이 자리에서 "아직도 교수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종신제 마인드'를 완전히 걷어내겠다"고 선언했다. 한번 교수로 임용되면 모든 것을 보장받는다는 안이한 생각을 깡그리 쓸어내겠다는 '독한' 표현이다.

이미 베이징대는 개혁 태풍의 소용돌이에 들어섰다. 강사.부교수에 대한 계약제, 계약기간 내 정교수로 승진하지 못할 경우 재임용 탈락, 연구실적 부진 교수의 임용 탈락….

許총장의 개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예 대학 문까지 열어젖혔다.

오는 9월이면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 교수와 학생들이 대거 베이징대에 입성한다. 단순한 교류가 아니다. 스탠퍼드대와 베이징대가 합작해 별도 대학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의 구상은 특이했다.

"스탠퍼드대 교수들과 베이징대에서 영어 강의를 할 수 있는 교수가 공동 교수진을 구성한다. 이들에게 스탠퍼드대 학생 30명과 베이징대 학생 50명이 공동으로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딴다."

그는 "스탠퍼드대가 베이징대 안에 일종의 '교육 기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중국 교수.학생들의 시야를 국제적으로 확 넓혀주겠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대와 학술 교류를 하고 있는 서울대로 가보자.

국내 대학 중 교수의 정년 보장 비율이 최상위권인 86.6%나 된다. 서울대 규정엔 전임 이상 정원의 90%까지 보장해 줄 수 있게 돼 있다. 서울대 출신 교수도 90%가 넘는다. 순혈주의가 짙다는 얘기다.

물론 서울대도 업적심사를 강화하고 부교수 이하에 대해서는 계약제 임용을 하고 있다. 정년 보장 심사도 과거보다 까다롭다. 하지만 베이징대만큼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게다가 대학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대외개방을 보자.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다. 서울대 법대가 올해 외국인 교수 3명을 채용키로 했지만 2003년 기준으로 서울대 내 외국인 교수는 4명에 불과했다.

許총장은 "개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을 활짝 열어 외국과 경쟁해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어떤가. 외국 유명대 교수.학생들을 불러와 분교를 세울 만큼 과감하지 않다. 물론 개방에는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서울대는 그 체력이 달리는 것인가, 개방을 두려워 하는 것인가.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라-. 베이징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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