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박사 2만5000명 시대 … 혹시, 제2의 신정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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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교수 신정아(35.여)씨의 가짜 박사학위 사건은 부실한 외국 학위 검증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현재 국내에선 외국의 특정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학위증만 제시하면 별도로 확인하는 절차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신씨 사건에 이어 KBS라디오 '굿모닝 팝스' 진행자 이지영(38.여)씨의 석사학위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교육대 음악교육과 홍모(40) 교수의 박사학위도 가짜 학위 논란에 휩싸였다. 요즘 대학가에는 가짜 학위 제보가 잇따르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부실한 학위 검증=2000년 이후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에 등록하는 외국 박사학위 소유자는 적게는 639명(2005년)에서 많게는 2108명(2003년)에 이른다. 올 6월 학진에 등록된 기준으로 해외 박사학위 소유자는 2만4788명(1943년~현재)이다.

문제는 학위 검증 과정이다. 지난해 4월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는 귀국 후 6개월 안에 학진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의무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학진의 학위 담당 인력은 2명에 불과하다. 한 해 1000편 안팎의 논문 위조 여부를 단 2명이 검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검증하고 있으나 상당히 부실하다. 서울대의 경우 학교 차원의 공식적인 학위 검증 과정이 없다. 교수 임용 지원자가 학위를 땄다고 주장하는 대학의 동창이 많고, 단과대나 학과 차원의 논문 심사에서 걸러진다는 이유에서다.

이화여대는 단과대 심사를 거쳐 교수 임용 시 학위증 원본을 받고 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임용 확정이 된 경우 해당 대학에 일일이 조회할 수 없어 본인에게만 확인한다"며 "추가적인 학력 조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미시간대에 있는 통합 학술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전체 학위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미국 윌리엄스대에서 정치학 교수를 지내다 2004년 연세대로 옮긴 김성호(정외과) 교수는 "임용 지원 시 추천서를 써 준 교수나 전공 분야의 유력한 학자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며 "학력 검증이 필요한 경우는 미시간대 DB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예술계 속수무책=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기업은 박사급 연구인력에 목마른 상태다. 대기업의 경우 박사학위 지원자에 대한 검증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검증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재계 서열 30위권의 A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사급 연구원 채용 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학위 검증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민경 인력담당관은 "사람 구하기에도 벅찬 중소기업들로서는 외국 박사학위를 갖고 오는 사람에 대해 검증할 엄두도 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도 학위나 간판을 중시하면서 검증에는 손을 놓고 있다. 서울의 한 미술대학 교수는 "지인 등의 소개로 거짓 경력이 한번 인정되면 곧 공인된 사실로 여겨진다"고 미술계 풍토를 지적했다.

돈을 주고 학위를 사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지난해 3월에는 브로커로부터 유령 러시아 음대의 석.박사 학위를 산 음대 교수 수십 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1년도 안 되는 기간을 외국에서 머물다가 학위를 받았다며 귀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권호.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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