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초동 땅, 현대서 보너스로 사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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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는 19일 청문회에서 "수능시험을 치러 온 수험생의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시원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어쩌면 오늘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질의 응답의 주요 내용.(※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주석)

◆옥천 땅 투기 논란

-(정주교 변호사) 1977년 옥천군의 임야 50만 평을 매입해 82년에 처남 김재정씨 앞으로 명의 신탁한 뒤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이 있다. 당시 옥천이 행정수도 지역으로 유력하다는 개발 정보를 알고 취득한 게 아닌가.

"부동산을 제 손으로 사고판 일이 없다. 명색이 가장 큰 건설회사 CEO(※당시 이 후보는 현대건설 사장)다. 지금도 팔리지 않는 험산에 투기했다는 건 맞지 않다. 다만 당시 주민들이 마을회관을 짓기로 해서 그 산을 사달라고 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옥천에 신세를 많이 졌다. 회사가 사려고 했지만 비업무용 토지여서 (개인적으로) 사게 됐다."

-이 땅을 김재정씨 앞으로 등기이전 한 이유는.

"50만 평 임야를 가지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도 없고 팔아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복덕방에 내놓을 시간 여유도 없어 가까운 김재정 사장에게 부탁했다. 3000만원에 샀다가 (계약서를 보니) 2500만원에 팔았는데 처남이니까 좀 싸게 팔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초동 땅 투기 의혹

-(김봉헌 전 국세심판소장) 77년 10월 20일에 서초동 꽃마을 소재 4필지의 토지를 매입하게 된 경위는.

"76년 현대건설이 중동에서 사업을 수주해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 당시 정택규 이사(관재담당)가 통장을 관리해 주겠다고 해 통째로 맡겼다. 정 이사가 어떤 경위로 얼마에 샀는지 몰랐다. 정 이사가 퇴직할 때 통장을 돌려주지 못하고 이 땅을 돌려주게 됐다는 확인서를 써놓은 게 있다."

-상식적으로 재산 중 가장 큰 부분을 모르고 있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 4필지 중 1필지는 77년이 아닌 89년에 매수가 됐는데 그때는 알았나.

"89년에 전 재산을 국세청이 전부 조사한 적이 있다. 그때 개인 땅이라는 것을 알았고 토지 이용을 위해 (한 필지를 더) 샀다."

◆다스의 실소유자 논란

-(김명곤 변호사) 김재정씨와 형 이상은씨의 나이가 16살 차이가 나는데 동업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둘이 하청업을 하면서 같은 사업장을 다녀 자주 만나는 사이다. 10년 동안 출입처를 같이하면서 매일 만나다시피 해 나보다 훨씬 친하다."

-김씨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배당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다스 실제 주주가 김재정씨가 아니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자기 회사이기 때문에 배당도 안 받고 회사를 키울 욕심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한 98년 이후 다스 회의에 참석했나.

"네거티브다. 내 회사 같으면 현대 그만뒀을 때 차고 앉았다. 할 일도 없고 놀고 있을 땐데…. 처음에 회사가 잘 안 될까 걱정돼서 가봤을 뿐이다."

◆브라운 스톤 천호

-(강훈 변호사) 홍은프레닝 전 대표 안순용씨와 감사인 김백준씨 등 측근이 많은데.

"사업 시작할 때 이름만 빌려준 것일 뿐이다. 홍은프레닝 직원들이 고대 출신이라고 해서 다 나와 관련된 것인가."

-다스는 BBK 투자 실패로 94억원을 빌려 브라운 스톤 부지를 구입했다. 정보 없이 시작했겠는가.

"회사가 구입한 땅은 전임 시장 임기 내 용적률이 600%로 확정됐다. 뉴타운이 되더라도 조정이 불가능한데 무슨 정보가 필요한가."

◆BBK 문제

-(권성동 변호사) 이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자가 아닌가 의혹이 제기된다. BBK 설립 때 이 후보가 관여하거나 도왔나.

"당시(99년)엔 내가 국내 없었다. 김경준 사장을 처음 만났을 땐 이미 BBK가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BBK는 나와 전혀 관련 없다. 지난 6월에는 금융감독원장과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증언했다."

◆위장 전입

-(네티즌 질문) 위장 전입과 관련해 불법 전.출입을 맹모삼천지교와 비교해 달라.

"국민들께 사과드렸다. 내 아이 공부 잘 시켜보자는 소시민적 욕심으로 그렇게 했다. 돌아보니 부끄럽다. 맹모삼천지교는 합법적으로 한 것이라 (내 경우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산 사회환원 시사

-(인명진 목사) 돈 가졌으면 됐지 왜 대통령까지 하려느냐는 사람도 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재산을 쓸 생각은.

"난 돈을 정승같이 벌어 정승같이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재산을 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저의 성취는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 성취를 사회에 돌려드려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재산의 사회환원을 시사했다. 그는 "제가 가진 재산을 내 아이들에게만 돌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산 환원 시기를 묻는 기자들에겐 "그건 나만 안다"고 말했다.

정강현.김경진 기자

사우디서 9억 달러 공사 수주한 상여금

◆서초동 땅 샀다는 보너스는=이명박 후보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땅 4필지를 산 것은 1977년 10월이다. 이 후보는 93년 재산 등록 때 이 땅을 '해외공사 수주 특별상여금으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77년 현대건설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앞서 76년 6월 현대건설은 9억4464만 달러짜리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국내 건설업체가 따낸 최대 규모 공사였다. 현대건설이 75년 한 해 동안 따낸 해외공사가 3억7081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특별상여금을 가장 많이 받았고, 회사 관재 담당 이사가 이 돈을 관리하면서 땅을 사놓았다고 밝혔다. "당시 재테크에 신경 쓸 틈 없이 회사 일에만 전념했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서초동 4필지의 값이 당시 4000만~5000만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당시 매입가격이 1억6000만~2억원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후보는 이 중 두 곳을 93년 60억원에 팔았다. 나머지 두 곳의 현재 가치는 100억원을 훨씬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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