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오골계등 사육 자활사업|첫실패딛고 91,92년 1천4백만원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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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의지할 곳이 없어 사회복지시설에 수용 중인 65세 이상된 노인, 20세이상의 정신장애자, 지체장애자들이 자립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강원도내 유일의 성인복지시설인 강릉시 내곡동 강릉시립복지원(원장 최익동·53)원생60여명이 그들이다.
현재 사육중인 가축은 흑염소 11마리· 오골계 80마리· 오리 50마리등 보잘것 없지만 복지원 앞 산등성이에 축사 3동을 지어놓고 아침 일찍 일어나 먹이를 주고 보살피며 새 삶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의 손길에서 자란 혹염소는 마리당 17만∼2O만원, 오골계는 1만5천원, 오리는 8천원씩에 팔리고 있으나 사육수가 적어 아직 많은 수입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89년 명주군왕산면 3백여평의 텃밭에 심어 놓은 도라지수확이 시작돼 올들어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이 1백2O만원에 이르러 원생들은 소박한 자활의 꿈에 부풀어 있다.
원생들이 자활사업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88년부터.
하는 일없이 놀고 먹기보다는 소일거리로 아무 일이나 해 보자는 원생들의 의견에 따라 처음에는 토종닭 3백마리를 구입, 사육했으나 전문지식없이 무턱대고 한탓에 병으로 대부분이 죽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같은 첫 실패끝에 89년 오골계 15마리를사육, 한때 1백50마리까지 늘리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시중에 내다 팔아 흑염소와 오리를 다시 구입해 가축사육을 계속해 오고 있다.
원생들이 자활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91년6백58만원과 지난해 7백53만원을 합쳐 1천4백14만원 .
그러나 이들 수익금은 원생들의 부족한 부식· 간식비용과 담뱃값· 약값으로 대부분 쓰이고 개인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아 원생 개개인의 저축액은 불과 10만원선에 불과하다.
삼척군에서 살다 지난해 이곳에 들어온 이의일옹(65)은『아직규모가 작아 큰 돈은 만지지 못하고 있다』며『그러나 놀고 먹기보다는 일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번돈을 담뱃값과 부식비용으로 쓰고 난후 저축도 할 수 었어 아주 만족 스럽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8년째 생활해 오고 있는 방기정옹(82)도『원생들은 지금까지 사회에서 버팀받고 떠돌이로 생활해 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직접 번 돈을 만져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어서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대가를 얻었다는 것에 더 만족감을 느낀다』며 『단순노동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자랑스섭게 말했다.
상담원 조병난씨(37)는 『원생들이 자신들이 그동안 사회로부터 소외 돼 왔다는 자기 비하의식이 있기 때문에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1년에 한두번 먹을 것과 입을 것등 물품을 들고 방문하는 것 보다는 이들에게 노동을 통해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워주는 것이 더욱 값진 온정』이라고 강조했다. 【강릉=????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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