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불/공직자 재산공개 어떻게 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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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실명제 실시로 별도규정 필요 없어 미/리크루트 사건 이후 각료는 관례화 일/비리 스스로 조심… 고위직 자진발표 불
▷미국◁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는 미국은 공직자건 일반시민이건 재산과 소득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므로 우리처럼 공직자의 재산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약밀매 등의 암흑가 돈을 제외하고는 모든 돈의 흐름이 공개되고 모든 시민이 재산변경과 소득을 매년 자진신고하므로 재산에 관한한 미국시민은 유리알처럼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직자들의 재산공개도 별도로 필요치 않다.
공직자들이 공직활동의 지침이 되는 윤리규정을 행정부·의회·사법부가 각각 별도로 갖고 있으며 대통령이 바뀌면 3천여명의 고위직이 함께 바뀌고,이 가운데 행정부의 차관보급 이상은 반드시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거치게 되어있다.
따라서 행정부만 약 2백90명이 상원인준청문회에 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재산을 포함한 모든 전력이 낱낱이 파헤쳐 진다.
청문회를 거치기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할 예정인 인사 명단을 30일전까지 연방수사국(FBI)에 보내 이들로 하여금 개인에 대한 신상파악을 시켜 공직자로서 흠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일본◁
일본의 경우 재산공개를 명문화한 규정은 없다. 87년 리크루트사건이 일어나자 88년 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 당시 총리가 내각의 합의로 각료들의 재산을 공개한 것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효시다. 그후 각료의 재산공개는 관례화됐다. 각료는 취임시와 퇴임시 자신의 재산을 공개한다. 이전에는 록히드스캔들에 대한 반동으로 미키 다케오(삼목무부)총리가 자신의 재산을 공개한 적이 있으나 각료들이 이를 따르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국회의원의 경우 재산공개 규정이 없고 자체적으로 실시하지도 않고 있다. 다만 정치자금 규정법이 있어 정치자금수지를 매년 우리의 내무부에 해당하는 자치성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이 법은 특정한 1개인으로부터 연간 1백50만엔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가네마루 신(금환신) 전 자민당 부총재가 도쿄사가와규빈(동경좌천급편) 스캔들과 관련해 문제가 됐던 것도 이같은 양적규정을 위반한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처벌규정이 미약해 일본에서는 이 법을 소쿠리(자루)법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소쿠리에서 물이 새듯 다 법망을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이 법의 규정강화와 부패방지법 제정,위반자에 대한 공민권제한 등 정치개혁의 소리가 드높게 들려오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프랑스◁
정책 대결을 통한 페어플레이가 치열하지만 공정한 경쟁의 룰이 확립돼 있는 프랑스에서는 개인적 부패나 비리가 자신의 정치적 야심이나 명예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고위정치가나 공직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매우 조심하는 풍토가 마련돼 있다.
재산공개도 법으로 정해진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대권을 노리고 있는 고위정치가들이라면 자진해 공개하는게 하나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감사원의 성격을 가진 국가기관들이 존재하지만 예산집행과 관련한 업무수행상의 공정함을 감사할 뿐으로 개인적 차원의 비리나 부패는 사법적 대상이지 감사원과는 관계가 없다.
최근 프랑수아 레오타르공화당 명예당수가 직위를 이용한 부동산 취득 혐의를 받게되자 자진해 시장직과 국회의원직에서 사임한뒤 사법절차를 거쳐 무혐의가 확정되자 지위를 회복한 사실이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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