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左)가 전반 34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손대호와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골을 선언하는 호주 주심(右)의 손이 8강행을 안내하는 듯하다.[자카르타=연합뉴스]
8만8000여 명의 인도네시아 관중이 내지르는 함성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상황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조재진(시미즈)이 원 스트라이커, 이천수(울산)와 최성국(성남)이 양 날개에 포진한 한국은 경기 내내 중앙 공격은 포기하고 측면 돌파에 의한 크로스로 찬스를 노렸다.
예선 1, 2차전과 마찬가지로 선제골은 한국의 몫이었다. 전반 34분 이천수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중앙으로 두 명을 제치고 파고 들어가다 김정우에게 살짝 패스했다. 김정우가 날린 터닝슛은 수비 몸 맞고 방향이 바뀌며 인도네시아 골네트에 빨려 들어갔다. 김정우가 A매치 30경기 만에 터뜨린 첫 골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선제골을 넣은 뒤 느슨해지는 양상을 반복했다. 그 바람에 인도네시아의 역습에 말려 엘리 아이보이에게 두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하기도 했다.
후반 10분이 지나면서 인도네시아는 지친 기색이 보였고, 중원을 완전히 장악한 한국은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장신 조재진(1m85㎝)의 머리를 겨냥한 단순한 공격만으로는 추가 골을 얻기 힘들었다. 후반 24분 김정우의 슛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29분에는 이천수가 완벽한 단독 찬스에서 슈팅한 공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동남아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인 후반 30분 이후 한국은 몰아붙이기보다 지키기로 들어갔다. 포백 수비수 4명은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고, 미드필더들도 공격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 어렵게 8강에 올랐지만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은 추락했다. 단조로운 측면 공격, 허술한 수비로 8강에서 강호 이란을 맞게 됐다. 핌 베어벡 감독은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찬스를 많이 만들었고 좋은 골도 넣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정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