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탈세… 치부 수법 총동원/쓴맛 보는 문제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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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부분이 재산은닉·축소신고/정호용·정동호의원 거취 주목
「재미나는 골에 범 난다」는 말이 있다. 나쁜 일을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 큰 코 다칠 때가 온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사회지도층으로서의 호조건을 이용,부동산투기·탈세 등을 통한 축재재미를 맘껏 즐겨온 민자당의 문제의원들이 이제야 말로 쓴 맛을 보게생겼다.
청와대와 민자당의 재산공개 진상조사특위는 여론의 지탄을 받고있는 의원들에 대한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위는 청와대 민정비서실과 자료를 교환하는 등 긴밀한 협조로 주말까지 조사를 끝내고 내주초 김영삼대통령의 결심을 얻어 도마위에 오른 의원들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4개 유형으로 조사
현재 특위는 혐의자들을 ▲부동산투기 ▲편법증여·상속 등을 통한 탈세 ▲공직을 이용한 부당한 축재 ▲재산축소·은닉 등 불성실신고 등 네가지 유형으로 나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원들 대다수는 이들 유형의 어느 한 항목만이 아닌 여러 항목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 「혐의」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대상으로 분류되는 의원들 가운데 국민감정상 가장 문제시 되는 의원은 부동산투기 혐의자들이다. 이 유형에 드는 의원으로는 우선 두말할 것도 없이 박준규국회의장과 유학성국회국방위원장·김문기의원이 꼽힌다. 경기 여주군 일대 땅을 집중 매입하고 서울 강남지역에서 장남이 서민들을 상대로 주택임대업을 해온 박 의장,서울 강남·경기 안양·제주 등에 많은 땅을 소유한 유 의원,엄청난 부동산 소유에다 그린벨트까지 훼손한 김 의원은 좀처럼 투기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특위의 판단이다.
게다가 박·유 의원은 자녀들이 미성년자일때 그들 앞으로 땅을 사두어 탈세혐의도 받고있다. 또 김 의원에게는 평가기준을 낮추는 등으로 많은 재산을 축소해 공개한 혐의까지 씌워지고 있다.
투기의혹의 시선은 이들 외에 경기 구리시 땅 2만5천여평을 다른 사람과 공동매입한 다음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은 김재순 전국회의장,인천시청이 현재의 구월동으로 이전되기 얼마전 주변 땅 등을 매입한 금진호의원,충남 천안의 절대농지를 위장전입 형태로 매입하고 경기 하남 철거민들의 딱지를 산뒤 개발제한 구역에 호화빌라를 짓고 미등기전매한 정동호의원 등에게도 쏠리고 있다.
또 정호용(육참총장때 경기 양주땅 13만평 매입)·이원조(서울 강남,경기 용인·남양주 등에 부동산)·남평우(제주·강원 속초·경기 용인 등에 많은 땅)·김인영(경기 기흥 등에 큰 땅)·강우혁(인천·수원에 많은 대지·주택 소유)·김운환(경북 선산 등에 투자)·오세응(분당에 금싸라기 땅)의원 등이 투기혐의자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용여지 전혀없다”
○…투기 등과 관련해 더욱 지탄을 받고있는 의원은 공직자 출신이다.
김영삼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해선 관용의 여지가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이런 의심을 받고있는 의원은 처남의 시장 재직시절 안양 땅을 산 유학성의원,인천땅 매입때 상공장관으로 재직한 금진호의원,5공시절 금융가의 황제로 불렸던 이원조의원,육참총장때 군사보호구역인 양주 땅을 산뒤 보호구역 해제 특혜를 입은 정호용의원과 대통령 경호실장·육참차장·도로공사사장때 일가족 명의로 많은 부동산을 산 정동호의원 등이 우선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공직을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진 두 정 의원의 혐의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당내 분석도 있어 이들에 대한 처리정도가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또 관료출신으로 충북지사·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강우혁의원과 유흥수(치안본부장·정무수석,장·차남 명의의 대규모 임야 소유)·김영진(내무차관·강원지사,강원 일대에 막대한 부동산)·이영창(치안본부장,서울·시흥·부산·대구 등지에 많은 땅)·이승윤(재무장관·부총리,시흥·화성·동해 등에 큰 땅)의원 등이 조사대상에 올라있다.
이밖에 국회 교체위원장 때인 87년 6월 화성군에 임야 1만2천여평을 산 전두환 전대통령의 동서 김상구의원 등도 조사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탈세혐의는 주로 자녀명의로 땅을 사둔 박 의장,유학성·김상구·정호용·남평우의원 등과 다양한 절세방법을 통달한 이원조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재산은닉·축소공개는 대부분 의원들이 즐겨 쓴 수법이나 이들중 상당한 재산을 의료법인·장학재단·회사에 맡겼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임춘원의원에게 가장 먼저 의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공개한 재산중에서도 서울 홍제3동 대지 등을 공시지가 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축소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에 학원재단을 설립한 김윤환의원도 같은혐의를 받고있다. 이밖에 눈에 띄도록 재산을 짜게 평가해 내놓은 이들로는 이명박·김재순·유학성·김윤환·정재문·서정화·금진호·정동호·남평우·오세응·김태환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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