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주가 2000 시대 연착륙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각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시 호조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양호하고, 경기 전망 역시 밝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은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일 것이다. 이는 선진국의 자산 가격에 이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신흥 시장의 자산 가격마저 올려놓았다. 마침 세계 경제의 실물변수뿐 아니라 금융변수까지도 상당한 안정세를 보이면서 투자의 위험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과 동유럽 등 신흥국의 세계 경제 편입으로 노동력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계 경기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는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이미 금융 자본주의의 터널로 들어섰다. 세계 경제에서 금융 활동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른바 금융 경제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주식 등 금융자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자산 규모는 1980년 1.1배에서 2005년 3.3배로 증가했다.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금융산업도 눈부시게 성장해 세계적으로 은행과 투자은행·보험 등 금융업종 삼총사가 모두 규모 면에서 전체 18개 산업 가운데 5위 이내에 속해 있다. 10년 전에는 은행만이 5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지금의 증시 호조, 나아가 금융 경제화 현상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풍부한 유동성의 배경이 되고 있는 글로벌화와 저물가, 미국의 경상수지 확대 등은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추세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부동산 시장 안정에 따른 증시로의 자금 유입과 국민연금기금의 폭발적 증가 역시 주식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할 수 있다. 금융부문이 불균형적으로 확대되면서 자금이 생산적인 곳에 투입되기보다는 머니 게임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식의 수익률은 무위험 자산인 국채의 수익률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한 정도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주가 상승 기대가 또 다른 기대를 낳으면서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고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기업 부문에서는 경영 경험이 없는 헤지펀드 등 투기 자본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문제를 들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도 문제다. 물론 가계의 금융자산도 같이 증가하면서 순부채가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가계의 부채는 고정적으로 갚아야 하지만, 자산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위험자산이어서 가격이 하락할 경우 부채를 제때 갚지 못하는 미스매치(mismatch)의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갑작스럽게 유동성이 축소되는 ‘유동성 충격’의 가능성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몇몇 헤지펀드가 위기에 처하면서 우려가 일부 현실화되고 있고, 투자은행(IB)들의 복잡한 신종 금융상품은 위험도를 측정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금융위기 사례를 보면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자산가격이 떨어지고,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충격이 확대됐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사태가 심화될 경우 실물경기 위축이 초래되기도 했다.

  현재의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유동성을 조정하면서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중국발 디플레이션 압력이 약화될 것이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약화되면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선 경기회복 기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동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의 국제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금융감독은 국가별로 행해지는 만큼 금융안정을 위한 국제공조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금융재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