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와 영화』-조지 랠리스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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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프랑스의『카이에 뒤 시네마』는 세계적인 영화 비평지로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세계의 영화비평 및 이론을 주도했던 잡지였다.
조지 랠리스의 『브레히트와영화』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이론이『카이에…』에 미친 영향을 서대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브레히트는 서사극이론을 통해 사회주의리얼리즘의 소박한 미학을 거부하고 예술에 있어서의 진정한 진보성을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탐구했던 인물이다.
작가주의를 내세우며 미국영화의 재발견이라는 과제에 집착했던『카이에…』는 60년대에 접어들면서「낯설게하기」등의 브레히트적 기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아직이 기법의 배후에 담겨있는 변혁적 세졔관을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이러한 기법이 관객에게 능동적인 태도를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드골정권을 붕괴직전까지 몰고갔던 「68년 5월혁명」은『카이에…』의 편집방향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적극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수용하게된 이들은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전 영화는 부르좌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숨은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그러나 브레히트로부터 형식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물려방은 이들은 관습적인 좌파미학을 편들지는 않았다.
70년대 말기 프랑스사회좌파운동이 퇴보함메 따라『카이에…』도 급진주의적 노선을 재조정, 과거의 영화광적인 편집 방침으로 되돌아가 영화중독증의 배후에 깔린 심리적 충동에 대해 성찰하고 분석한다.
이 책이 소상하게 밝혀주다시피『카이에·‥』는 프랑스사회의 지적 관심의 변화를 영화란 매체를 통해 충실하게 반영해왔다.
그러므로 이 책은 브레히트의 프랑스 유입사라는 차원을 넘어 영화의 사회성에 대한 한지식인 집단의 치열한 탐구의 궤적으로도 읽힐만 하다(말길· 4백6쪽· 7천5백원). <임재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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