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은 이라크서, 조종은 미국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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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첨단 무인 로봇 공격기 'MQ-9 리퍼(Reaper.죽음의 신)'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연내 배치된다. 이라크에 배치되더라도 컴퓨터 조종은 거기서 1만1200㎞나 떨어진 미국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에서 이뤄진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올 5월 출범한 미 공군 제432비행단은 앞으로 리퍼 60대와 프레디터 160대를 운용할 계획이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몇 대씩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 공군은 리퍼를 아프가니스탄에 먼저 배치하고, 이라크엔 올 가을이나 내년 봄 투입할 계획이다.

'헌터-킬러(Hunter-killer)'라고도 불리는 이 로봇 공격기는 현재 이라크에 배치돼 있는 무인 정찰기 'MQ-1 프레디터'보다 더 높은 곳에서 적의 움직임을 정찰하고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무게가 5t 정도로 프레디터보다 4배가량 무겁다. 기체 길이 약 11m에 날개는 약 20m로 일반 전투기와 크기가 비슷하다. 시속 483km로 프레디터보다 두 배 이상 빠르며 1만5240m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미 공군은 밝혔다.

리퍼는 유도폭탄과 미사일을 1.5t가량 탑재할 수 있다. 프레디터의 경우 레이저로 유도되는 대전차 헬파이어 미사일을 2기밖에 실을 수 없지만 리퍼는 4기의 헬파이어 미사일과 225㎏의 유도폭탄을 함께 탑재할 수 있다. 공대지(空對地) 미사일만 실을 경우 14개를 장착할 수 있다.

개리 노스 미 공군 중장은 "리퍼를 많이 배치하면 할수록 유인 공군기들을 미국으로 많이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미 공군은 현재 프레디터가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80㎞ 지점의 발라드 공군기지를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며 "이는 리퍼를 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담당하는 미 중부군사령부의 조 과셀라 대령은 "리퍼는 정찰기가 아니라 공격기"라고 말했다. 한 번에 14시간 동안 상공에 떠 있을 수 있는 리퍼가 이라크에 배치될 경우 미군의 정찰 및 공격 능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디터는 현재 이라크에 24대가 배치돼 있다. 프레디터는 약 1만2000m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며, 24시간 동안 740㎞를 비행할 수 있다. AP통신은 "리퍼의 이라크 배치는 앞으로 미 지상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다 하더라도 공군은 더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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