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모임」처벌 근거싸고 논란/김기춘씨 위헌신청 왜 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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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건초부터 적용법규 관련 이견/검찰선 “입법취지 따른 해석 마땅”/도청에 의한 증거물 채택도 쟁점
부산기관장모임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법무부장관이 31일로 예정된 첫 공판을 앞두고 17일 자신에게 적용된 대통령선거법 36조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을 내 그 배경과 앞으로의 재판 진행과정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직 법무부·검찰총수가 법정에 세워져 「세기의 재판」으로 기록될 이번 공판은 증거물인 녹음테이프가 확보된데다 관련자 전원이 모임 및 발언내용을 모두 시인,사실관계에 대한 시비는 처음부터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김 전장관이 기관장 모임을 주선하고 김영삼 당시 대통령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과연 현행 선거법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가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로 치열한 논란거리였다. 따라서 이번 재판이 유서대필사건처럼 진실규명 차원이 아닌 대선법 적용과 그 해석을 놓고 벌어질 법률논쟁으로 귀결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되던 터였다.
김 전장관의 변호인인 이재후·황주명변호사는 『적용법규인 대선법 36조가 「정당·후보자·선거운동원 등이 아닌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으나 「선거운동」의 개념이 모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위헌제청 신청을 제출,사법처리의 전제조건인 처벌근거부터 따지고 나섰다.
실제로 선거운동의 개념은 대선법 32조에서 「당선되거나,되게 하거나,되지 못하게 하기위한 행위를 말한다」고 막연히 규정돼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 포괄적이어서 구체적인 사안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황 변호사는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명백히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므로 의헌제청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만약 위헌제청이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져 헌법재판소에 넘겨질 경우 김 전장관에 대한 재판은 헌재의 최종판단이 내려질때까지 무기한 연기된다.
그러나 검찰은 『선거법의 입법취지가 법으로 정하지 않은 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것이어서 관련법규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다른 법률적인 쟁점은 도청에 의한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삼을 수 있을지 여부로 변호인측은 『불법적인 방법에 의해 수집된 자료는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대목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주목거리다. 최고의 공안법 전문가인 김 전장관이 어떤 변호사를 선임할 것인지도 큰 관심사였으나 대학 동기동창인 두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다.
황 변호사는 『변호인 선임 자체가 뉴스가 될 판이어서 김 전장관이 가장 무난한 대학동기에게 변호를 맡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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