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금리에 물린 “고육지책”/공금리 추가인하 왜 검토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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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회사채 수익률 11.5%까지 내려/기업자금 수요 적고 통화도 감소
정부가 경기를 걱정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금리를 밀어내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그림참조>
실세금리와 규제금리의 격차가 몇%포인트였던 고금리시절에는 규제금리 인하가 의미있는 정책수단이었겠지만,이제 실세금리와 규제금리의 격차가 겨우 0.5%정도로 좁혀진 상황에서 금리자유화를 미뤄놓자니 어쩔 수 없이 취해야할 고육지책이 바로 금리추가인하인 것이다.
정부는 3월중(당초 16일께 예정) 2단계 금리자유화 시행을 공언했다가 슬그머니 철회한 상황에서 실세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경제활성화를 표방하며 규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빠르면 3월말께 한은의 재할인금리를 포함한 규제금리가 또다시 0.5∼1%포인트 정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이같은 규제금리의 추가인하가 과연 경기를 다소나마 회복시키는 쪽으로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자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넉넉한 통화공급 속에서 실세금리는 계속 낮아졌고 지난 1월말 규제금리를 내린 뒤에도 실세금리의 하락세는 지속됐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아 현재 우리 경제의 부진이 「금리」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4·4분기 2%선의 저성장이 올 1·4분기에도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없어 경기활성화를 위해 선규제금리 인하쪽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하지만,그토록 고대하던 1·26규제금리 인하이후 두달이 다 되도록 기업의 자금수요가 살아나기는 커녕 통화공급 증가율이 뚝 떨어진 가운데서도 은행권은 돈이 남아 고민하고 있을 정도다.
2월중 총통화증가율은 당초 관리목표인 17%보다 훨씬 낮은 15.8%의 증가율속에서 기업들이 낮아진 금리로 돈을 가져가기는 커녕 오히려 당좌대출을 2천8백억원이나 갚았었다.
예년같으면 자금수요가 꽤 일던 3월에도 이같은 추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17일 현재 총통화증가율은 16%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7일 실세금리의 대표인 회사채(3년만기 은행보증)의 유통수익률은 연 11.5%까지 낮아져 은행 일반대출금리(연 9∼11%)와의 격차가 겨우 0.5%정도로 좁혀졌다.
따라서 정부는 당초 이같은 실세금리 하락추세를 어차피 올해안에 해야 하는 2단계 금리자유화쪽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가 일시적인 금리상승 걱정으로 자신이 없자 방향을 틀었으며 자꾸만 떨어지는 실세금리 추세에 몰려 규제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뽑으려고 하는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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