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도 초상권 침해 심판대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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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형 확정안된 피의자 얼굴 방영/방송사에 “사과명령”할 듯/방송위 조사 착수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를 정면에서 근접촬영한 KBS·MBC·SBS 세 방송국의 TV뉴스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처음으로 법정제재조치인 「사과명령」을 내릴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뉴스보도에 있어서 피의자의 인권문제가 논란거리로 떠 오르게 됐다.
방송위원회는 12일 정기회의에서 지난달 25일 이선실간첩단사건 공판관련 뉴스에서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장기표씨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KBS­1TV의 『9시뉴스광장』에 대해 「사과명령」 여부를 결정키로 했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MBC와 SBS도 간첩단사건을 보도하면서 김낙중·황인오·김부겸씨 등의 수의 입은 모습을 보도 한 만큼 이번 기회에 세 방송사에 일괄적으로 제재를 가해 피의자 보도관행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결정을 유보했다.
현재 방송위원회는 MBC·SBS의 이선실간첩단 보도 관계자들에게 18일 방송위원회에 출두,의견을 진술토록 해 놓은 상태다. 방송관계자들은 의견진술이 통상 법정제재의 전단계인 점에 비추어 이들 두 방송사의 뉴스에 대해서도 KBS와 함께 다음주쯤 열릴 예정인 임시회의에서 「사과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있다.
그간 뉴스보도에 있어서 피의자 인권문제는 규제를 받지 않다가 방송위원회가 지난해 7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보도할때는 수갑을 차거나 수의를 입은 모습을 정면으로 근접 촬영해서는 안된다』는 심의 조항을 신설하고 나서야 비로소 규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송위원회가 세 방송사에 가한 제재가 무려 30건이나 되는데도 모두 강제력이 없는 「주의」「경고」에 그쳐 피의자 정면 근접촬영은 아무런 실질적 제재도 받지 않고 관행처럼 행해져 왔다.<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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