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래식무기감축협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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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재래식무기감축협정(CFE)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CFE는 서부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지역에 배치된 탱크.장갑차.화포.전투기 등 재래식 무기의 상한선을 정해 초과하는 부분은 파괴하거나 민수용으로 전환토록 한 협정이다. 따라서 이 협정의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재래식 무기 증강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기지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미.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취해져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모든 회원국이 CFE를 비준할 때까지 러시아의 협정 이행을 유보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14일 크렘린 공보실이 밝혔다. 세르게이 키슬락 외무차관은 "유예 조치 기간 동안 우리 군비 상황을 다른 협정 가입국들에 보고하지 않을 것이며, 국내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FE는 서방과 공산권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할 목적으로 1990년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간에 체결됐다. 99년 양 군사블록이 지던 의무를 각 회원국이 지도록 한 수정 협정안이 채택됐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벨로루시.카자흐스탄 등 4개국만 비준한 상태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옛 소련 소속국인 그루지야와 몰도바에 주둔시키고 있는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는 한 CFE 수정안을 비준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CFE와 러시아군 철수는 별개 문제라며 모든 나토 회원국의 협정 비준을 촉구해 왔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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