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마카오 뛰어넘자' 특별자치도 된 제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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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년여 전인 2003년 3월 말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국내 유일의 리조트형 회의 중심 컨벤션센터'를 내건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문을 열었다. 1996년 제주도가 설립을 주창, 7년여의 건립 준비와 공사를 거친 매머드급 건축물이었다. 최대 4300명이 동시에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건립비용만 1806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개관 첫해 38억원의 적자를 보더니 2004년 27억, 2005년 24억 등 적자행진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호텔 건립 부지 땅을 팔아 190억원의 특별이익을 올려 간신히 1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동북아 컨벤션산업의 강자를 꿈꿔 온 제주도가 뒤뚱대고 있다.

"경쟁지인 홍콩.마카오를 뛰어넘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가 2002년 국제자유도시, 지난해 7월 특별자치도란 간판을 잇따라 내건 제주도지만 마땅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여전히 삐걱대고 있는 것이다.

"부대 수익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규제에 꽁꽁 묶여 답답하다." 허정옥 제주컨벤션센터 대표이사는 제주 컨벤션산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한다.

제주도는 원래 컨벤션센터 안에 관광객 전용카지노를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국인용 카지노는 허가해 줄 수 없다"며 문화관광부가 거부했다. 카지노 공간으로 설계된 이 컨벤션센터 1층 1000여 평은 이따금 임시전시장으로 쓰일 뿐이다.

또 다른 수익사업으로 생각한 내국인 면세점의 도입도 안개 속이다. 내국인 면세점은 건교부 산하 특수법인인 제주개발센터(JDC)가 현재 제주공항.제주항에서 독점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특별자치도 관계법이 개정되면서 제주 지역에 내국인 면세점이 추가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컨벤션센터 안 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현재 건교부와 제주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존 JDC가 운영해야 한다"는 건교부의 입장과 "곧 설립할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제주호의 선장 격인 도지사의 지도력도 문제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갖가지 난제를 풀어야 하는데 선거법 재판에 발목이 잡혀 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현재 1,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갈 길이 바쁜데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나마 컨벤션센터와 연계된 호텔 건립 사업은 숨통이 트일 조짐이다. 최근 홍콩 타갈더그룹이 투자해 2009년 말 호텔.콘도를 완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승찬 제주도 회의산업 육성담당은 "복합 레저 타운 건립이 절실한데 각종 규제와 정부 부처 간 이해 다툼에 걸려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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