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부총리와 입행동기 “한은대형”/김명호 신임 한은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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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활성화 정책과 조화에 힘쓰겠다”
웬만한 일에는 흐트러짐이 없는 정중하고 깍듯한 몸가짐 속에 입이 무거운 한은맨.
지난 57년 한은에 입행한후 한은 집행부와 은행감독원의 주요 요직을 두루 다 거치고 이번에 중앙은행의 대통을 잇게됐다.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고 대인관계가 넓어 「외교관」으로 통하는가 하면,그를 따르는 사람들로부터는 「대형」으로 불린다.
이경식부총리와 나웅배 전부총리가 그의 한은 입행동기며,김영삼대통령의 사돈인 김웅세 롯데월드 사장과 이상근 전한미은행장 등 유력한 서울대 상대 동기동창들이 많다.
한은독립성 확보에 뚜렷한 주관을 갖고있어 한때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나가 영영 한은을 떠날뻔 했으나 1년6개월만에 은행감독원장으로 복귀했으며,지난해 정보사땅 사기사건 직후에는 국민은행장에 임명될뻔 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친의 무릎 위에서 축음기로 베토벤을 들었는가 하면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테니스 선수였고,가족들끼리 마주앉는 저녁 식탁에 가끔 테이블 와인을 곁들이는 고급 취향이 있다.
한편 김명호신임총재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정책방향을 설정하겠다』고 취임포부를 밝히고 특히 『중앙은행의 임무인 통화가치의 안정과 신용질서의 유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라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단계 금리자유화와 금융산업 개편방향에 대해서도 앞으로 신중하게 다시 검토한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금리자유화 일정이 재고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총재는 이어 법적임기를 3년 남긴 조순 전총재의 퇴임에 대해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중앙은행 총재의 경질여부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임명권자가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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