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통합 구걸 마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친노(親노무현) 핵심 인사들이 결성한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14일 첫 전국 운영위원회를 연다. 14일 오후 일산 킨덱스에서 열리는 운영위에는 운영위원 600여 명이 모인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대표의 개회사,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상임집행위원장의 정세보고, 토론 및 결의문 채택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운영위에 이어 서울.경기지역 참평포럼 창립대회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4월 말 논란 속에 출범한 참평포럼이 두 달여 만에 사실상 전국 조직망을 갖춘 정치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범여권의 통합 작업이 막바지를 향하는 시점에서 전국 조직을 갖춘 참평포럼의 등장은 당장 범여권 내 대통합 움직임은 물론 12월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이들은 14일 결의문 채택에 앞서 지역별 사전 논의 결과 등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홍용표 서울지역 참평포럼 창립준비위원장은 "열성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당 지도부와 다수의 국회의원은 비굴하게, 무책임하게 통합을 구걸하고 있다. 탄핵 세력.기회주의 세력.지역주의 세력과의 통합이 어떤 꿈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나. 참여정부의 성과가 부정되는 무원칙한 통합은 대선 승리도 불가능하게 하는 반역사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1차 전국운영위원 회의에서 참평포럼의 단호하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평포럼이 실제로 14일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결의문을 공개 채택할 경우 범여권의 통합 흐름에 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해찬.한명숙.김혁규.신기남 후보 등 친노 성향의 대선 주자들은 자신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참평포럼의 주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포럼의 핵심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기조에서의 대통합 논의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최근 통합민주당 쪽 목소리가 커지는 데 대한 우려가 많아 다시 한번 우리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참평포럼이 정당은 아니지만 친노그룹의 정치세력화라는 비판을 의식해서 할 말을 못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경기 포럼 창립대회에는 대선 출마의지를 굳히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해 격려사를 할 계획이다. 참평포럼에는 유 전 장관이 과거 이끌었던 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 회원들이 대거 가입해 있어 그의 대선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앞서 11일 유 전 장관과 김종률.이화영.이광철.윤호중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친노 의원들은 저녁을 같이하며 "시대정신과 역사적 대의를 볼 때 손학규 전 지사가 여권 대표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욱.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