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계 충격 “일파만파”/금환신 전격 구속 배경과 처리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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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돈줄」규명 따라 새 스캔들 가능성/자민당 타격 정치개혁 가속될듯
가네마루 신(금환신) 전자민당 부총재의 구속은 지난 75년 다나카 가쿠에이(전중각영)전총리의 구속사건 이상으로 일본 정계에 큰 충격을 주고있다.
예산안이 법정기일내 중의원을 통과함으로써 한숨을 돌리고 있던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총리와 자민당 간부들은 아연실색,검찰수사에 대한 정보수집에 나서는 한편 사후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계기로 참의원 등에서 도쿄사가와 규빈(동경 좌천급편) 스캔들을 철저히 추궁,자민당에 최대한 타격을 주면서 타케시타 노보루(죽하등)전총리에 대한 사임압력 등 정치공세를 강화할 조짐이다.
야당은 이 사건을 자민당 부패의 상징으로 올 가을 총선까지 최대한 물고 늘어져 자민당에 타격을 줄 생각이며 일본 신당 등 정계개편 추진세력들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켜 정계개편을 가속화할 태세다.
일본의 정치자금 규정법은 정치인이 한 개인으로부터 연간 1백50만엔(약 1천20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있다. 가네마루는 지난 90년 도쿄사가와 규빈으로부터 5억엔의 정치자금을 받고도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으며 이 돈을 60여명의 다케시타파 의원들에게 나누어 준 바 있다. 가네마루에게 돈을 받은 의원들도 모두 신고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60여명이 이 돈을 모두 나눠받은 경우 1인당 평균 1천5백만엔씩 받은 셈이 돼 모두 정치자금 규정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에따라 시민단체와 야당은 정치자금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소득인데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탈세가 아니냐며 이들을 모두 당국에 고발했었다.
검찰은 이같은 고발을 받고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도쿄 사가와 규빈 사건과 별도로 탈세사실을 밝혀내 가네마루와 비서를 구속하게 됐다.
그는 정치자금으로 들어온 돈으로 일본 채권신용은행이 발행한 할인 일본 신용채권을 구입,재산을 늘렸다.
가네마루가 채권구입에 사용한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수사여하에 따라서는 새로운 스캔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의 구속후 언론은 시민들을 인터뷰해 『구속은 당연하며 일본의 정치는 개혁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유권자들은 『정치에는 돈이 들며 이를 조달하기 위해 어느정도 검은 돈이 오가는 것은 할 수 없다』며 대체로 체념속에서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그 경우에도 정치인들이 단지 정치하는데만 헌금을 쓸뿐 자신의 재산증식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자위하며 이를 눈감아 왔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헌금을 자신의 사복을 채우는데 쓰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일본사회가 받는 도덕적 충격은 엄청난 것 같다. 도저히 믿고싶지 않은 사실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경제는 1류,정치는 3류」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면서 일본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겨줬다. 다만 검찰이 지금까지 성역으로 여겨져왔던 정치자금 부분도 칼을 대 위법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차없이 처단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조금은 지켜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정국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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