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마루 구속의 교훈(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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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정계의 최고실력자였던 가네마루(금환신)씨가 탈세혐의로 그의 비서와 함께 구속됨으로써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구속은 돈과 정치의 검은 유착에 대한 법의 심판이라는 점에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적이 되고 있다.
가네마루씨는 일찍이 방위청장관을 지낸 집권 자민당의 간부로서 당내 최대파벌인 다케시타(죽하)파의 회장과 당부총재를 지내면서 역대 당총재와 수상을 만들어 낸 킹메이커였다. 90년대 들어 그는 일본 정계를 대표하여 김일성과 접촉하면서 북한­일본 외교정상화를 위한 사전협상을 맡음으로써 우리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 실력자가 87년부터 5년간 정치자금으로 받은 돈의 일부를 개인용으로 쓰면서 소득세를 물지 않아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일본에서는 정치자금으로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잡소득으로 신고하고 응분의 소득세를 내야 함에도 가네마루씨는 이런 법적 의무를 이행치 않은 것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사가와규빈(좌천급편)이라는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조로 5억엔을 받은 수뢰사건이 문제돼 자민당부총재직을 사임하고 20만엔의 벌금을 낸 일도 있다.
가네마루사건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부정·부패에 대한 일본법률과 집행의 준엄성이다. 록히드사건에 관련된 수뢰혐의로 수상직에서 쫓겨나 구속,재판까지 받은 다나카파동에서도 보듯이 법을 어겨가면서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면 지위의 고하나 권력의 강약을 묻지 않고 엄벌하는 일본의 검찰·사법의 전통을 우리는 주시해야 한다.
김영삼대통령은 취임전부터 부정·부패를 한국병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척결을 소리높이 외쳐왔다. 그는 윗물이 맑아야 한다면서 고위층의 청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치가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재임중 어떤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도 정치자금을 일체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차질없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고위공직자들의 부당한 축재와 탈법행위가 적발되어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는한 부정부패의 척결은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일본의 가네마루사건은 바로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김영삼정부에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최대의 규범은 법과 도덕이다. 상류층·지도층은 법 이전에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어야 한다. 만일 법위반이 있다면 공정하고도 준엄하게 심판받아야 한다. 가네마루사건에 대한 일본검찰의 준엄한 처리방식은 권력형 부정과 비리에 대한 법의 위상과 정부의 태도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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