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1.5세 '이종격투기 파이터' 매트 리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한인 1.5세 파이터 매트 리(이승효)가 미국 이종격투기의 최강자를 노리고 있다.

매트 리(35)는 14일(현지시간) 뉴저지 트렌튼의 소버린뱅크 아레나에서 열리는 ‘2007 보독 파이트(Bodog Fight)’에서 미국의 신진강호 에디 알바레스(24)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한국의 팬들에게는 낯설지만 매트 리는 미국 이종격투기의 A급 파이터로 잘 알려진 선수다. 그의 경기가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날 예정된 9경기 중 마지막으로 열리는 메인 이벤트이기 때문.

그는 WFL과 USKBA 대회 등 이미 3차례나 챔피언에 올랐던 베테랑이다. 하지만 상대 알바레스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나이도 11살이나 어린데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웰터급으로 라이트급의 매트 리보다 체급이 하나 높다.

주최측은 알바레스의 체중 감량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 경기를 웰터급으로 진행한다. 동양계 선수보다는 백인 챔피언의 등장을 은근히 바라는듯 주최측의 홈페이지는 알바레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다소 편향적인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러나 매트 리는 기꺼이 불리함을 안고 싸우기로 했다. 어려움을 딛고 이겨야만 명실공히 최강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지난 1996년 이종격투기에 입문한 그는 2000년 프로 데뷔 후 4연패의 아픔을 맛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실망보다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기회로 삼았다. 2004년 4월 마크 콜란젤로로부터 감격의 첫 승리를 따낸 이후 3년간 8연승으로 질주했다. 4전5기의 대반전인 셈이다.

가장 빛나는 승리는 지난해 6월 애틀랜틱 시티에서 가진 러시아 출신 블라디미르 제닌과의 격돌이다. 당시 제닌은 7전 7승을 자랑하는 최강의 파이터였기 때문에 매트 리의 TKO 승리는 대단히 드라마틱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종격투기의 세계는 약간의 방심도 의외의 결과를 초래한다. 올해 3월 그는 복병 데일 하트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연승 행진을 끝냈다. “그게 좋은 약이 됐어요. 몇년간 이기기만 하니까 나도 모르게 정신력이 흐트러진거죠."

지난 5월12일 애쉬 보우만을 1라운드 2분48초만에 서브미션으로 꺾고 정신무장을 새로이 할 수 있었다.

이경석씨(67)와 이영순씨(55)의 1남1녀 중 장남인 그가 미국 보스턴으로 유학을 떠난 것은 열여덟살 때인 1989년. 그는 군에 입대하기 위해 1993년 한국으로 돌아와 홍천의 11사에서 현역병으로 복무했다.

짧지 않은 공백이었지만 제대 후 보스턴에 돌아가 학업에 매진, 매사추세츠 주립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컴퓨터 공학도가 어떻게 이종격투기 선수로 나서게 됐을까. 12일 맨해튼 32가 한인타운에서 만난 그는 “평소 태권도와 복싱으로 몸을 단련했는데 우연히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를 보고 이종격투기에 매료됐다"고 털어놓았다. 취미 삼아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했지만 재능과 근성을 인정한 주변의 적극적인 권유로 프로선수로 전향하게 됐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그는 체력의 문제를 전혀 못느낀다고 했다. 술 담배를 안하고 워낙 성실하게 자기관리를 한 덕분이다. “현재 UFC 챔피언도 마흔세살이에요. 사람들은 이종격투기를 위험한 스포츠로 알지만 평소 관리만 잘 하면 어떤 스포츠보다 생명력이 길고 부상 위험도 적습니다.”

매트 리는 부인 네일라씨와의 사이에 포샤(5)와 시드니(4) 두 딸이 있다. 96년 보스턴의 태권도장에서 만난 아내는 그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상의 서포터스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데니스 강을 가장 좋아한다면서 “미국에서 같이 운동을 했는데 정말 본받을만한 선수에요. 저도 언젠가는 한국의 이종격투기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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