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속락 이대로 좋은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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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하룻밤 자고나면 주가가 뚝뚝 떨어지니 소액 주식투자자들의 불안이 크다. 주가는 지난 주말까지 9일 연속 하락행진을 계속했다. 새정부가 마련할 경제활성화 대책이 증시를 어느정도 안정시키리란 일반의 기대도 꺾이고 말았다. 우선 개혁정책이 한풍으로 몰아치고 있고 큰 손들은 거래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개혁의 바람이 거셀수록 주가 내림세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80년대 두차례에 걸쳐 정부가 거창하게 내걸었던 실명제 실시방안은 자금시장의 경색과 검은 돈의 이탈로 당국자들을 크게 위축시켰다. 결국 서둘러 내놓은 관련정책의 유보조치로 사태의 악화를 가까스로 막았다. 최근 증시불안의 증폭은 실명제 도입 이외에 공직자 및 국회의원 재산공개를 포함한 김영삼정부의 거듭된 부정부패 척결의지와 관련이 있다.
주가하락에 따른 일부 투자자들의 항의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에게 공약한대로 개혁정책을 밀고나가겠다는 정책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구체성을 띠게될 정부의 개혁정책이 증시에 가져다줄 충격을 최소화하고 자본시장의 자율기능이 서서히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정책의 추진스타일과 대국민 설득방법이 보다 세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의욕에 넘친 나머지 당국자의 정책추진 매너가 거칠다든가 논리적이지 못할때 개혁의 역작용이 증시를 필요 이상으로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경계해야겠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실명제 도입의 절차적 문제에 세심해야 한다. 아직 가명이나 차명으로 거래되고 있는 자산의 실명화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선택적인 세제조치를 강구하고 일정기간 이후에는 규제를 강화하는 단계적 조치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직자 재산공개나 부정부패 척결방침이 어느정도의 자금이탈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하더라도 정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경제의 효율성과 자금의 생산적인 흐름을 위해서는 어차피 극복해야 할 과정이므로 정부는 인위적인 부양책을 성급하게 취하는 잘못에 빠져서는 안된다. 정부는 올해 증권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증시안정에 둔만큼 앞으로 나올 경제활성화 대책에 장기적 관점에서 낙관적인 재료가 많이 포함되도록 비전을 제시하는게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을 겪고있는 현재의 경제환경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판단을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걸 깨닫도록 해야한다. 큰손들의 들고 나는데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소액투자자들의 뇌동매매와 이에 따른 손실을 막기위해 증시관계자들은 더욱 성실한 상장기업 정보공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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