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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개방주의와 비밀주의(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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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대통령의 고위직인사에 관한 잇단 잡음은 그 인사방식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인사에 흠이 있음이 발견되었으면 주저할 것 없이 바로 잡아야 한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변명하고 풀칠해 넘기려다가는 정권 전체의 도덕성이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러나 잦은 인사의 시정이 임명권자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일이 계속되게 되면 임명권자 개인의 권위문제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정권의 취약성과 불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차제에 김영삼대통령은 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없는 인사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인사때마다 주변의 의견을 구하고 관련 기관의 보고와 기록을 검토하는 과거의 개방주의적 인사방식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인사의 윤곽은 새게 마련이고 그렇게되다보면 인사가 여론재판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한 여론재판식의 인사는 불필요한 갖가지 잡음과 갈등을 빚어 임명권자의 구상과 의지가 엉뚱하게 굴절되고 변질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인사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독자적인 감과 판단에 의한 인사를 해온 것도 그런 부작용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말썽에서 보듯 그런 인사방식 역시 중대한 허점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여론재판식 인사의 결점을 피하면서도 독단적인 감에 의한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인사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해진 것이다.
우리는 그를 위해 최소한 객관적인 인사자료에 의한 사전 검증의 과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기밀을 유지하면서 객관적인 자료를 얻을 것인가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문제일 것이나 지금부터라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료의 축적을 해나간다면 적어도 앞으로의 인사에 있어선 실수가 적어질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어렵다면 차라리 인사청문회와 같은 공개인사제도의 도입을 검토해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세월을 지나왔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 너무도 많다. 이런 실정에선 개인적인 판단만으로 국민이 원하고,또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깨끗한 인재를 등용하려 하는데는 크나큰 위험이 뒤따른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공직을 원하는 사람이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는 풍토를 마련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인사에 있어서 지나치게 새로움만 추구하는데도 일정한 한계를 두어야 한다. 그런 인사에선 이번 인사의 말썽에서 보듯 뜻밖의 사실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고 때로는 능력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지만 그것은 만사가 될 수 있을 만큼의 정확한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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