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항공 불황 속 흑자 일궈|대한항공사장 취임 1년 조양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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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한항공 창립 25주년인 2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조양호 대한항공사장(44)은 일단 경영인으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자신 역시 조중훈회장의 장남으로 상속경영이라는 점을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끼면서 「2세 오너로 잘 해낼까」하는 주위의 염려속에 출범했지만 전 세계 항공사가 92년도 결산에서 적자의 늪을 허덕이는 속에서도 흑자경영을 기록한 몇 안되는 항공전문 경영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거북이가 위험을 만나면 몸을 움츠리듯 24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근면성을 기른 탓이지요』
조사장은 대한항공이 84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세계 14위의 중형항공이면서도 경량급 항공사 못지않게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경영의 탄력성을 기른 것이 흑자의 비결이라고 밝힌다 .
『74년 과장으로 입사했을 때만해도「왜 매년 3백억∼5백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국내선을 운항하느냐」는 식의 아깝다는 생각을 했지만 점차 대한항공의 규모를 실감하고 항공사업이 사업성만을 따질 수 없는 공익사업이라는 점을 자각했을때 개인의 사유재산으로서 승계는 불가능하고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미주지역 마키팅·자재관리담당 과장을 거쳐 79년 정비담당 이사에 선임되면서 본격 사장학 수업을 받았다.
공학도 출신으로 첨단기계에 대한 그의 관심도 컸지만 항공사라는 특수성에 비춰 기술적인 면을 모르고는 「눈뜬 장님」격의 경영자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항공 조종훈련도 받았습니다. 비록 충분한 시간이 없어 조종면허를 따지는 못했지만 조종실 내부도 훤하죠』
l세 오너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개척의 업적으로 「급 성장의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심었다면 2세는「도전의 혁신을 이루는 항공사」로 수성과 발전의 과제를 안고있다고 정리하는 그는『5년 이내에 미주에서 3개, 유럽에서 3개 항공사 정도가 남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의 어려운 세계 항공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을 양적·질적인 면에서 세계 10대 항공사 대열에 진입하도록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적 항공사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양대 민항이 경쟁자로서보다 상호보완적인 파트너로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지양해야 합니다. 정부도 규제해야할 부분과 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을 가려야 할 것입니다. 내년부터 부과될 예정인 항공기에 대한 재산세부과 등은 외국엔 없는 일이죠. 국가 정책적인 지원이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나』<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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