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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수다 떠는 남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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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에도 기술이 있다. 대화 안에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놓을 것, 그리고 간단한 몇 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당신도 훌륭한 수다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소문난 ‘수다맨’ 세 명이 자신만의 비법을 털어놓았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방송인 지석진, 불편한 자리에서…

▶일단 열심히 들어라. 상대방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집중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수다 멤버’의 인상을 줄 수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가끔씩 맞장구를 쳐 주되 최신 유행어나 적절한 유머를 섞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단, 상대방이 진지하게 나올 때는 이쪽에서도 진지하게 응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 것.

▶과하지 않은 칭찬으로 수다의 ‘기선’을 잡아라. 사람들의 사소한 변화를 눈치 채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네요”라든가 “처음 보는 가방이네” 하고 첫마디를 던지면 그것만으로도 수다를 유연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는 “웃는 모습이 귀여우시네요” 하는 식으로 느끼하지 않을 정도의 칭찬을 던진다.

 방송인 지석진(39)씨는 연예계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수다맨이다. ‘범생이’ 외모에 ‘몸 개그’에도 약한 그를 지금 자리로 끌어올린 건 8할이 수다였다.

 “1992년 가수로 데뷔해 10년의 무명 생활을 겪었습니다. 2001년에야 ‘서세원 쇼’로 이름을 얻었는데, 결국 수다 덕을 본 거죠.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길 좋아했고 그러면서 수다의 재미를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특히 여성들과 대화가 잘 통해 방송 활동에 큰 덕을 보고 있습니다.”

 KBS 오락프로그램 ‘여걸 파이브’에 출연할 당시에는 조혜련·정선희 등 출연자들이 그를 ‘언니’라고 불렀을 정도. 유재석·김용만 등과 함께하는 수다 모임 ‘조동아리’ 역시 “오렌지 주스에 새우튀김 시켜놓고 밤새 수다 떠는 것”으로 유명해진 모임이다. “다들 술도 잘 못하고 잡기에도 관심이 없어요. 그저 수다 떠는 것으로 방송 활동의 스트레스를 풀죠.” 특별한 주제 없이 일상의 에피소드를 늘어놓거나 “람보는 ‘남보다’ 힘이 세지” 등 방송에서는 절대 못하는 ‘썰렁 유머’를 주고받는 게 전부지만 그 과정에서 의외의 ‘대박’을 건지는 경우도 있단다. 수다가 아이디어의 원천인 셈이다.

 현재 몇 개의 오락 프로그램과 함께 4개월째 MBC 라디오 ‘굿모닝 FM’을 진행하고 있는 지석진은 요즘 말의 무서움을 새삼 절감하고 있단다. “청취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아찔할 때가 많아요. 재치 있는 말솜씨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는 게 모든 대화의 기본인 것 같습니다.”

방송작가 김일중, 처음 만난 상대와…

▶명함에서 접한 상대의 정보를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가라. 직장이 있는 위치나 인근 지역 명소 등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색한 분위기가 금방 풀린다.

상대방과 나의 공통점에서 시작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 그러나 다짜고짜 “XX대 나오셨죠? 학교 후배네”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경우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많으니 상대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질문과 대답이 적절히 이어지도록 신경을 쓰자.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영화 ‘밀양’ 보셨어요?” 하고 물었을 때 상대방이 “안 봤는데요” 한다고 입을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봤다”는 답에는 “이런 장면 좋았죠?” 하는 식으로, “안 봤다”는 사람에게는 “볼 기회가 생기면 이런 점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작가 김일중(39)씨는 10여년간 ‘이홍렬 쇼’ ‘김혜수 플러스 유’ ‘김용만·신동엽의 즐겨찾기’ 등을 통해 ‘한국형 챗 쇼(Chat Show)’의 전형을 만들어왔다. 챗 쇼란 출연자들의 시시콜콜한 수다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것.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수다란 아스피린 같은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수다는 언뜻 아무 영양가 없는 대화 같지만 독소 역시 갖고 있지 않죠. 건강에 결정적 도움은 못 되더라도 아픔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는 아스피린과 비슷해요.”

 그는 “최근 불고 있는 TV ‘수다쇼’의 인기는 사람들이 이 같은 수다의 효용을 실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자들은 정보 전달이나 의견 청취를 위해 대화하는 반면 여자들은 대화 자체를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하죠. 남자들이 수다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건 남성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정도 여성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만큼 삶이 팍팍해졌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해요.”

 그는 일상에서 수다를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최근 출간한 책 『토크쇼 화법』은 TV 속 연예인들의 수다에만 낄낄댈 뿐 스스로 참여하는 수다의 즐거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작은 힌트들을 주기 위한 것. 자신을 토크쇼 진행자라 생각하고 대화 상대(출연자)들을 골고루 배려하는 것이 ‘수다 달인’이 되는 핵심 키워드라고 한다. “‘수다 따위 떨 시간이 어딨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라면 일이나 열심히 해야겠죠. 하지만 일단 수다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공연기획자 탁현민, 여자와 대화 때는…

▶무리하지 마라. 여자들과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남자들의 대부분은 잘 보이려 하기 때문이다. 똑똑해 보이려, 재밌어 보이려 노력하지 말고 일단 솔직히 자신을 드러내라. 그렇다고 남자들끼리 하는 막말을 대놓고 하라는 건 아니다. 대화의 벽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살짝 털어놓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반응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영화·패션 등 여자들과 함께 수다 떨 수 있는 분야를 ‘얕게’ 연구하라. 상대방의 말에 장단을 맞추고 간단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만 돼도 대화가 훨씬 편해진다. 그게 힘들다면 자신이 요즘 몰두하고 있는 주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라. 의외로 주식·부동산·스포츠 등에 관심 있는 여자가 많다.

 “말은 곧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 주변 사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 결국 표현도 잘하죠. ‘나는 말재간이 없어’ ‘소개팅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공연기획자·작가·대학 강사 등으로 활동 중인 ‘전방위 문화활동가’ 탁현민(34)씨. 만나 보니 소문대로 달변이다. 말과 일과 연애에 대한 수다를 쉴 새 없이 풀어놓는다. “남자들은 흔히 목적 있는 대화를 강조하지만 정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나누는 수다죠. 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누는 수다가 마음의 장벽을 쉽게 허물거든요.”

 그는 최근 ‘연애전문가’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남자들의 연애심리에 대해 잔인하지만 리얼하게 폭로한 『남자마음 설명서』라는 책을 출간한 것. 평소 술자리에서 그의 연애사를 엿들은 이들이 ‘책으로 내보면 어떠냐’고 제안해 이뤄진 일이다. 이 책 역시 수다의 결과물인 셈이다. “책을 읽고 난 반응이 재밌어요. 여자들은 오히려 ‘아, 그렇구나’ 공감하는 반면 남자들은 ‘나는 안 그래’ 하며 발을 빼거든요. 그런 사람일수록 사실은 더 ‘그런’ 인간일 가능성이 높죠.”

 “연애도 곧 말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말재주를 연습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을 제대로 읽어내는 눈치를 기르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대화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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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는 아이디어 원천 #아픔 달래는 데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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