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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D램 폭락 … 잠 못 드는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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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황의 고민’이 시작됐다. 황창규(사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잠을 설치고 있다.
 
올해 1분기 플래시메모리에 이어 2분기에는 D램까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돈 줄(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반도체 부문의 부진은 삼성 그룹 전체로 구조조정 여파가 번지고 있다. ‘천수답’에 비유될 만큼 외부 조건에 따라 부침이 심한 것이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다. 당장 라인을 증설할 수도, 획기적인 신제품을 발표할 수도 없다는 것이 황 사장을 더 ‘고민의 늪’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좋아하는 골프도 끊어=황 사장은 골프를 좋아하고 잘 친다. 안양베네스트CC에서 핸디캡 7을 놓을 정도다. 지고는 못 참는 성격이라 자신을 이겼던 동반자를 꼭 다시 불러 꺾어 놓는다. 그런 그가 올 하반기 골프 약속을 줄줄이 취소했다. “회사 사정 상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는 전화를 걸고 있다. 고민이 많으면 공도 잘 맞지 않는 법. 13일 발표할 2분기 실적이 영 시원찮은데 그린에서 퍼팅 라인을 살펴볼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1분기 5400억원이던 반도체 총괄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는 2700억~4000억원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2%에 그친 1분기 영업이익률은 2001년 이후 매 분기 30%를 넘나들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같은 메모리 부문의 불황으로 삼성전자 전 부문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일부 임원 감축에 나선 데 이어 1999년 도입한 희망퇴직 제도를 적극 활용해 부장·차장급에 대한 인력 감축에도 착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년 60~80명이 희망퇴직하고 있는데 올해는 예년의 두 배 이상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어떤 차세대 신제품 들고 나타날까=골프장에서 황 사장이 보여주는 승부 근성을 감안하면 그가 쉽게 물러서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골프장에서 한번 잡은 기회를 거의 놓치치 않는 집중력을 발휘한다. 4~5m 퍼팅도 꼭 넣어야 할 상황에선 거의 성공시킨다. 그만큼 신중하다. 올 들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온 그는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한 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D램 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당시 외신에선 D램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쏟아내던 때였다.

황 사장은 2002년 세계 3대 반도체 학회 중 하나인 ISSCC에서 ‘해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주창했다. ‘메모리 신성장론’이다. 황 사장은 지난해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 칩을 발표하며 7년 연속으로 자신의 법칙을 실현했다. 메모리 신성장론의 또 다른 특징은 당시까지 시장의 주력이던 D램 대신 플래시메모리가 성장을 이끈다고 예측한 점이다.

실제로 황 사장은 애플 CEO인 스티즈 잡스를 직접 만나 설득한 끝에 하드디스크 대신 4기가바이트(GB) 낸드플래시를 채용한 아이팟을 선보였다. 2005년 아이팟 열풍을 타고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5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상반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폰이 낸드플래시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모바일 분야 등에서 D램 수요가 늘어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 황 사장의 생각이다. 황 사장이 언제쯤 ‘고민의 터널’을 지나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지 재계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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