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300여 명 앞에서 역정낸 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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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열린 '주민생활 국정보고회'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허남식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덕수 총리.[사진=안성식 기자]

▶안상수 인천시장=대통령님 죄송하지만 한 말씀만 올리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그만하시죠.

▶안 시장=한 2, 30초만….

▶노 대통령=제가 토론을 주재하며 말을 막은 적 없는데요.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습니다. 이 자리가 지방 재정 배분을 토론하는 자리도 아니고…. 그만 하십시다. (굳은 얼굴로)옛날 대통령한테도 이렇게 했습니까.

12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 전국의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 등 300여 명이 모여 '주민 생활 서비스 혁신 국정 보고회'를 하는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역정을 내는 장면이 연출됐다. 발단은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거래세인 취득세와 등록세율을 2% 인하해 지방 재정이 어렵게 됐다고 한나라당 소속의 안 시장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안 시장은 "참여정부가 지방 분권 정책을 잘 추진하고 있지만 옥에 티"라며 "이번에 거래세 인하 시 지방세 감소분에 대해 원래대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보전하는 취지가 유지되도록 건의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재동 서울 은평구청장은 "안 시장의 건의는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반대했다. 노 구청장은 "시.군.구에서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데가 140개에 이른다"며 "종부세는 전액을 기초단체에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생활 서비스 혁신 사례의 성과 등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안 시장과 노 구청장 간에 지방 세수를 놓고 벌이는 논쟁을 듣는 노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졌고, 급기야 "기분이 안 좋다"는 말까지 튀어나왔다. 잠시 침묵하던 노 대통령은 행정 서비스가 개선됐다는 본래 주제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불편한 마음이 풀렸는지 발언 말미에 "안 시장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안 시장은 "저도 마음이 안 돼서…"라며 "정부가 (지방 재정 문제를)다른 방법으로 조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고 답변해 대통령의 역정은 일단락됐다.

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주민소환제에 대해 "대통령으로선 좀 다른 생각이지만 지방분권위원회 자문위원들의 의견이 너무 강해 끝내 반대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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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6대)

1946년

[現] 서울시은평구 구청장

1941년

[現] 인천시 시장

194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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