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BM '뇌물 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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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최대의 컴퓨터 업체인 미국 IBM의 한국 현지법인인 한국IBM㈜이 금품 로비와 담합 등 불법 영업으로 9개 공공기관에 6백60억원어치의 컴퓨터를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리경영 원칙을 내세워 온 IBM은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상위에 오르는 다국적 기업으로, 해외 지사에도 이런 원칙을 엄격히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한국IBM 간부가 영업 이익 중 일부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30억~4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로비 자금과 담합 입찰 사례비 등으로 쓴 혐의가 밝혀진 것이다.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金泰熙)는 4일 컴퓨터 서버 등의 부정 납품을 주도한 한국IBM 공공기관 사업본부장 장경호(48)상무와 납품 대가로 8천만원을 받은 국세청 전산기획계장 한두현(49.5급)씨 등 12명을 각각 입찰 방해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한.미 합작 법인인 LG-IBM PC㈜ 상무보 權모(46)씨 등 2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낙찰 담합에 가담한 한국IBM. SK C&C 등 15개 업체를 최고 벌금 3억원에 약식 기소했다.

한국IBM은 자사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LG-IBM(PC 판매)과 서버 판매 대행 업체인 윈솔 등과 함께 금품 로비.담합 입찰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새마을금고연합회 2백47억원▶국세청 1백53억원▶KT 71억원▶한국전력 69억원▶정통부 34억원▶대검 35억원▶KBS 23억원 등 모두 6백60억원어치의 서버와 PC를 납품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불구속 기소된 한국IBM 영업본부장 李모(46)씨, 윈솔 대표이사 정모(46)씨 등 6명은 관공서.기업체의 전산 담당 직원 14명에게 2억9천여만원 상당의 현금.주식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서 돈을 받고 담합 입찰을 눈감아 주고 담합 정보를 제공한 직원은 ▶정보통신부 5명▶국세청 3명▶육군본부.해군본부.한전.KT.KBS.새마을금고연합회 한명씩이다.

김원배.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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