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조율 얼마나 잘될까/닻 올린 새 경제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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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퇴임 최각규경제팀 6공1기중 최악 「조합」/문희갑 수석땐 부총리와 사사건건 부딪쳐/홍 재무­조 총재­박 수석 마찰 적을듯
경제팀의 성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경제팀의 조화다.
역대 경제팀을 돌이켜보면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책결정 과정의 갈지 자」가 그대로 노출되고 큰 혼선을 빚으면서 유난히 소리가 많이 났던 팀이 있는가 하면,반대로 세상이 놀랄 일들을 눈하나 깜짝않고 해치우면서도 별 잡음을 내지 않았던 팀도 있었다.
이같은 차이가 국민들의 눈에는 「되는 집」과 「안되는 집」으로 비쳐지게 마련이고 이는 정책의 설득력이나 실효성으로 직결된다.
저마다의 경륜과 식견이 확고한 부총리·재무·한은총재·경제수석이 매번 처음부터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이고 보면,경제팀의 조화는 결국 「의견일치」가 아니라 「이견조율」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총리와 경제수석·재무장관과 한은총재간의 역학관계,이들을 대하는 대통령의 원근법은 정책 집행의 실효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물러나는 경제팀은 그같은 팀의 조화면에서는 평균이하의 점수를 받고 나가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최각규부총리가 팀장의 역할을 끝까지 해냈지만 막판에 금리인하를 둘러싸고는 특히 부총리·재무·한은총재간의 이견이 소리를 내며 표출됐고,그 중간에서 경제수석은 적극적인 중재역을 자임하지 않았다.
또 금리인하·한은특융 등을 둘러싼 재무장관·한은총재간의 불협화음은 거의 공공연한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은 6공 1기의 조각중 최악의 「조합」이라고 수군대곤 했다.
지난 83년 아웅산 참사로 새로운 내각이 구성된 이후 지금까지 최선의 팀웍을 과시했던 팀은 사공일 전 재무장관이 경제수석을 맡았던 5공 중반기 팀이었다.
사공일 전 재무장관은 5,6공을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이렇다할 「마찰」한번없이 경제수석으로서의 최장기 재임기록을 세운(3년7개월) 「명비서」였는데 그렇다고 정책이 순항기를 맞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퇴임후 『정치권의 논리와 싸운 기억밖에는 없다』고 회고한 적이 있는 사공 전 수석은 「실제로는 영향력을 다 행사하면서 경제팀의 체면을 고루 다 살려주는데 소홀함이 없었던」수석으로 자평·타평이 나있다.
또 사공수석 시절에는 김만제재무·부총리와의 이런 저런 인연에서 비롯된 「팀웍」이 정책조율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도 경제팀 순항의 든든한 배경이었다.
6공 들어서는 대통령의 개인적인 「신임」을 바탕으로한 「막강한」경제수석에다 「자기 중심이 확실한」부총리의 조합이 거듭 등장,내내 소리가 많이 났다.
조순 부총리와 문희갑수석은 기획원차관을 둘러싼 인사에서부터 부닥치기 시작,결국 조순 한은총리가 두번씩이나 대통령에게 「퇴사표」를 내는 내부소동을 빚었었다.
대통령의 신임이 더욱 두터웠고 워낙 매사에 거침이 없는 성격의 김종인수석 시절,초기 이승윤부총리와의 김 수석의 뜻대로 별 소리가 없이 매사가 처리되다가,최각규부총리가 기획원을 맡으면서 『누가 부총리냐』는 마찰음이 나기 시작해 당시 진념기획원차관이 「대화 채널」역할을 한 적이 많았다.
이번 새 정부의 경제팀 구성을 보면 일단 재무장관·한은총재·경제수석 3인은 새삼스러운 조율이 필요없을 만큼 오래 전부터 서로의 의견과 성격을 잘 아는 사이라는 것이 두드러진다.
이경식부총리만이 비교적 처음 대면하는 얼굴이라 할 수 있는데,앞으로 명목상 분명한 경제팀장인 부총리와 다른 경제팀과의 조화 여부가 주목된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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