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거만 끝나면 그만인가/김용일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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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새 정부 출범이 임박하면서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의 대통령선거법 위반사건 처리가 무더기로 이뤄지고 있다.
처리내용은 당초 예상했던대로 무혐의에 기소유예 내사중지 등,대체로 「죄안됨」 일색이다.
앞으로 처리대상 정치인이 몇명 더 남아있지만 지금까지의 처리 행태를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이 밝힌 「처벌 불가」 결론은 당사자들의 혐의사실 부인과 입증할만한 증거 부족이 주된 이유다. 검찰의 이같은 결정은 그 사법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먼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행해졌던 갖가지 선거법 위반 행위는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의문이다.
참고로 법무부가 최근 국회에 낸 대선사범 처리 결과를 보면 단속된 2천2백58명 가운데 기소된 사람이 41%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인」들에 대한 「단죄」비율이 높은데 비해 전·현직 의원 등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혐의사실 입증과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머리」는 그대로 둔채 손·발만 질책하고 있는 모양새는 아닌가. 대선 과정에서 제기됐던 편파수사 시비와 검찰의 수사의지 부족도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현대관계자나 부산도청사건 수사때 보여줬던 검찰의 적극성과 단호함이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균형있게 적용됐는지,회의가 생기는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책임소재가 당고위층으로 연결될만한 정황임에도 당사자가 부인한다는 이유로,심지어 제보자가 나서기를 꺼린다고 마냥 기다리다 「사건이 안된다」며 처리를 끝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정작 지적되어야 할 핵심은 수사의 의미가 단순히 형사처벌의 경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즉,이번 선거수사 역시 여느때처럼 「용두사미」로 마무리되고 있음을 또다시 확인시켜줬다는 점이다.
전례가 없는 중립내각에 의해 선거가 치러졌고,검찰 총수의 거듭된 엄단 의지 표명 결과가 이 정도라면 앞으로의 선거도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풍토가 언제까지 되풀이될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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