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망서 '이명박 땅 자료' 본 사람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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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와 관련된 개인 정보 불법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10일 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경찰청.국세청에서 전산망을 통해 이명박 후보와 그 가족 및 처남 김재정씨 관련 정보를 조회한 기록과 이 정보에 접근했던 직원들의 신원 정보를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이 후보의 처남 김씨가 "경향신문이 정부 기관의 정보를 이용해 내 부동산 내역을 보도한 것 같다"며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 후보의 주민등록 자료와 검찰 수사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법 정보 유출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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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과 김종률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이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종률 의원은 "주민등록 위장 전입 문제를 지적하자 이 후보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김진명씨도 "정치 소설 집필 자료를 조사하던 중 이 후보의 형과 처남이 현대건설에서 산 뒤 포스코건설에 판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자가 이 후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에 따라 이 후보 측에서 고소를 취소해도 검찰이 관련 수사를 완전히 중단하기는 어렵게 됐다.

◆토지 정보 수사에 집중=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1982~91년 전국 47곳에 224만㎡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경향신문의 보도 내용이 국세청 전산 자료와 유사한 점이 많은 것으로 판단,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이 김씨의 82년 이후 부동산 거래 내역을 보도했는데, 82년은 국세청 자료가 전산화된 시점"이라며 관련성을 주장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자체적으로 2006년 이후의 접속 기록을 조사한 결과 김재정씨에 대한 열람 기록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컴퓨터 전문가 10여 명을 수사에 투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업무 목적 외의 열람 기록이나 출력 기록이 발견되는 대로 해당 공무원을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대상은 크게 네 가지다. ▶김재정씨 토지 보유 정보▶이 후보 부인 김윤옥씨와 처남 김씨의 주민등록 기록▶BBK와 김경준씨의 투자 사기사건 수사 기록▶이 후보의 전과 기록이다.

◆국정원으로 향하나=검찰이 자료를 입수한 네 개 기관에서 불법 유출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화살은 국가정보원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국정원 내 국내2차장 산하 P팀장의 지휘 아래 직원 3~4명이 2005년 3월부터 7개월간 '이명박 X파일(존안자료)'을 만들었다"며 "이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특수1부 관계자는 "국정원의 경우 다른 정부기관과 달리 행정전산망을 운용하지 않아 이번에 자료 요구는 하지 않았다"며 "수사 필요성이 생기면 자료를 제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불법 도청 자료를 찾아냈다.

이상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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