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맞는 농기계 만든다”/농민발명협 창립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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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영농현장서 느끼는 아이디어 적극활용
「우리 농토에는 우리 실정에 맞는 영농기술을」
거센 농업개방 물결과 날로 고갈돼 가는 농촌노동력의 현실에서 「우리식 농업기술」로 농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자는 모임이 생겨 주목을 끌고 있다.
20일·21일 이틀간 서울 이촌동 농업기술진흥관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50여명의 농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농민발명협회」창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에서 회원들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농업기계가 단순한 「공학적 감각」에 의존해 만들어져 일선영농의 필요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실제 농사감각」에 맞는 농기계 개발과 보급에 힘쓰기로 했다.
농사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와 아이디어를 수렴,기존 농기계를 개조하거나 새로운 농기계를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공유하고 특허수속을 돕는 등 농민발명에 조직적 지원을 하는 것이 협회의 목적.
회원들의 회비로 기금을 조성,발명한 기기의 시험제작을 돕는 한편 회지도 발간해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총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흙부수기·두둑짓기·비닐피복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다목적 경운기·자동 퇴비뒤집기·변온발아기 등 실제 농사현장의 필요성이 낳은 개발사례들을 비디오로 시청하면서 기술개발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모임의 주도자는 69년 농고 졸업후 농업에 투신,현재 강원도 평창군 해발 1천2백m 청옥산 고지에 12만평의 장풍협업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이해극씨(44·충북 제천군 봉양면).
「자동화를 통한 성역화만이 살 길」이라며 스스로 개발·개조해온 농기계를 이용,85년 고추증산왕에 오르는 등 실제농사에서 성과를 올린 이씨는 총회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끈 상차작업기는 기존 트랙터에 폐기된 지게차 앞부분을 결합해 물건을 싣는데 쓰이는 것으로 6명의 인부가 하루종일 걸리던 무·배추 출하작업을 2명이 2∼3시간 정도에 거뜬히 해내고 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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