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물질 흡입사범 급증/작년 39%나… 「마약」앞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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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본드 등 유독물서 제외돼 법개정 시급
최근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한 본드·신나 등 환각물질 흡입사범이 급증,지난해엔 최초로 마약류사범 숫자를 앞질러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으나 현행법으로는 완벽한 유통실태 파악과 단속이 불가능해 검찰이 관련법규 개정을 검토하는 등 고심중이다.
22일 대검 마약과(임내현부장검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환각물질 흡입사범은 91년도의 2천8백82명보다 38.6% 증가한 3천9백95명으로 집계돼 같은해 단속된 마약류사범 2천9백68명보다 1천여명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환각물질을 누구나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흡입행위가 주로 호기심이 많고 동조성향이 강한 청소년층에 의해 죄의식없이 은밀하게 이뤄져 전파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으며 실제 흡입자는 단속된 인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지역(지검기준)별로는 서울·인천·수원 등 수도권이 55%를 차지했으나 부산이 30.9%로 서울의 28.5%를 앞질렀으며,연령별로는 16∼19세가 73.6%로 압도적이었고 15세미만과 30세이상은 모두 합해 2.7%에 불과했다.
직업별로는 무직자와 학생이 각각 50.5%와 31.5%로 나타났고 공업 4.2%,유흥업종사자 4.1%,노동 2.1%의 순이었으며 여자의 점유율도 13.6%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환각물질 흡입은 그 자체의 폐해외에도 절도·폭력·살인·강도·강간·남녀혼숙 등 다른 범죄의 유발원인이 되고 마약복용의 전단계라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의 경우 전체 형사사건 평균 재판회부율 7.8%보다 월등히 높은 41.8%를 재판에 회부하는 등 엄벌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강력한 단속의지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의 단속규정이 비현실적이고 애매해 법이 개정되지 않는한 환각물질흡입사범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본드·신나의 원료인 톨루엔은 규제대상(판매장부 기입 등)인 유독물에 해당하나 본드·신나 자체는 유독물이 아니어서 청소년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반면 행정관청은 유통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본드·신나에 못지않게 심각한 폐해를 일으키고 청소년층의 흡입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부탄가스는 유독물을 함유하고 있지 않아 현행법상 환각물질로도 규정할 수 없어 흡입행위자체를 처벌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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