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플루토늄 추출/분량·시기 의혹여전/북 공식해명이후 IAEA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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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폐기물 실체 확인해야 북한 속셈 판명/“사찰촉구” 결의… 안되면 안보리 회부
평양에서 급파된 북한측 전문가팀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그동안의 사찰과정에서 제기된 핵개발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 22일 개막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이사회의 논의결과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지난 19일 빈에 도착한 최학근 원자력공업부장 등 북한의 원자력전문가 일행은 20,21일 이틀간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 등 IAEA 관계자들과 만나 IAEA가 북한에 대해 특별사찰을 요청하게 된 근거로 제시한 여섯차에 걸친 기존 사찰결과와 북한의 당초 신고내용간의 「중대한 불일치」에 대해 장시간 해명했다.
구체적인 해명내용은 IAEA와 사찰당사국간의 비밀보장원칙에 따라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기술적 의문에 대한 해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핵심을 피하려는 흔적이 역력했다』는게 IAEA관계자들의 평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시험추출” 주장
IAEA 주변의 핵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볼때 북한이 의심받고 있는 부분은 원폭제조 원료가 될 수 있는 플루토늄의 추출량·추출시기·수 등 세가지로 집약되고 있는데 IAEA측이 해명을 요구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과 직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6년 가동된 영변의 5메가와트급 실험용 원자로에서 빼낸 손상된 핵연료를 재처리,지난 90년 그램단위의 플루토늄을 시험적으로 추출한 것이 전부라는게 북한측 주장이다.
원자로에 넣어서 사용이 끝난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과정을 거쳐 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가 핵폐기물인데 이 일련의 과정에 관계된 사용후 핵연료·플루토늄·핵폐기물 등 세가지의 핵적 구성은 동일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몇달전부터 해명 요구
그러나 사찰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 가져온 핵폐기물 샘플과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핵적 구성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중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플루토늄의 추출 수와 양에 관련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IAEA측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미 몇달전부터 북한측에 해명을 요구해왔다고 주변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 의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핵폐기물 전체에 대한 검증이 필수적인데 이를 통해 플루토늄 추출 시기와 양을 정확히 역산해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IAEA측은 영변에 있는 핵폐기물 저장시설로 보이는 두곳에 대한 조사를 요구해왔으나 북한측은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이를 계속 거부한 채 이 불일치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못하고 있어 IAEA측은 특별사찰권을 발동해서라도 이를 검증하는 것이 자신들의 책임이며 의무라고 판단하게 된 것.
따라서 이번 이사회에서 북한측에 다시 한번 소명기회를 준 뒤 여기서도 「중대한 불일치」가 계속 해명되지 않고,북한이 특별사찰을 수용하는 쪽으로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한 이사국들로서는 북한에 대한 가시적이고도 명백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만일 이번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말 경우 끝까지 버티고 숨기면 핵개발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는 악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이사국들은 이번 북한문제를 핵확산방지 체제의 유지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핵확산 방지차원 대응
그러나 당장 이번 회의에서 북한문제를 유엔안보리에 보고하는 등의 초강경 조치를 채택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은 IAEA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다 해보고 최후의 수단으로 안보리회부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에 대한 IAEA의 기술협력 등 지원을 중단하거나 강력한 내용의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특별사찰 수용을 촉구하는 선에서 일단 대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이번 회의기간중에라도 특별사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대응책 논의 자체가 필요없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지배적 분석이다.<빈=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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