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감량」한파에 불안/청와대 인사 끝난뒤 민자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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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급당원 8백여명 감축설에 초조/전 정책수석 파격적기용 뒷말 무성/민정­민주계선 당요직 놓고 서로 “눈독”
김영삼총재의 대통령 취임을 며칠 앞두고 집권여당 민자당의 분위기가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청와대팀에 발탁된 인사들은 인사받기에 바쁘고 입각 하마평에 설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당 사무처는 곧 휘몰아칠 「감량개혁」의 찬바람에 불안해하고 있고,청와대행 열차를 놓친 인사들은 자신의 거취에 안달하고 있다.
○…당의 1차관심사는 당직개편과 입각의 폭. 당직교체에 대해선 「있다」와 「없다」는 양설이 분분하다. 현 당직자들은 중요 현안인 당무개선(당기구 축소·인원감축)이 진행중인만큼 현체제가 그대로 맡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하고있다.
그런가 하면 민정계·민주계 실세중진들은 개편을 기정사실로 보고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겨냥해 뛰고있다.
청와대 인선이 「전문성」을 강하게 띠고있어 당인사들은 정치권 인사의 내각폭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중진들은 우선 부담이 적은 정무장관,언론계 출신들은 공보처장관,다른 의원들은 상임위장이나 경력과 연관된 부처장관을 희망하는 눈치다.
청와대 인선발표로 김 차기대통령의 특보·보좌역 사이엔 희비쌍곡선이 그어졌었다. 인선에서 제외된 최창윤비서실장,오인환정치·정주연의전특보,이원종부대변인,한이헌경제·남주홍외교안보보좌역 등은 정부부처 요직에 기용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다.
1∼3급 청와대 비서관의 인선이 진행중인 가운데 김 차기대통령 비서실의 「보통식구들」은 보스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무게중심이 청와대로 옮겨갈뿐만 아니라 「상도동지구」로서 당에 남으면 외롭기 그지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당과 비서실 주변에는 「전병민정책수석」의 파격적 기용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그와 함께 대선기획위원회에서 일했던 박관용·최병렬·김영수의원 등은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참신한 인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 의원들이나 김 차기대통령의 가신그룹중 몇몇 인사들은 전씨의 「신데렐라」식 등장에 못마땅해 하는 시선이 많다. 김 차기대통령이 『내가 능력을 인정한 개혁인사』라고 고위측근에게 밝혔는데도 일부에서는 전씨가 김 차기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가깝다는 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 중립적인 인사들은 『김 차기대통령이 장고끝에 내놓은 카드니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당주변에서는 정원식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거취도 주목대상이다. 부정방지위나 국정개혁위같은 대통령 직속의 묵직한 기구들이 새로 생겨날 가능성이 한층 엷어짐에 따라 김 차기대통령이 정 위원장을 어디에 중용할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인사와 더불어 당내분위기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드는 것은 당조직 정비문제다.
YS는 지난달 당기구축소·인원감축 등 군살빼기 작업을 「당무개선협의위원회」에 맡겼다. 민자당 요원들은 제 살에 「메스」를 대는 「당무협」의 작업을 숨죽인채 주시하고 있다.
두세명만 모이면 서로 『어찌되는거냐』고 묻고 자신의 진로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번 인선으로 민자당 요원들의 어깨는 더 움츠러들었다.
YS의 개혁의지가 재차 확인된만큼 당개혁의 발길도 가속화 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당무협」이 최근 YS에게 유급당원 43% 감축안을 보고했을때 YS는 『좀더 줄여보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감축폭이 50∼60%선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중앙당 사무처·시도지부·지구당 등의 유급당원이 1천5백명 가량이니 적어도 8백명 정도는 도태된다는 계산이다.
사무처요원들은 지금 당에서 도태될 경우 외부에서는 마치 비리·부조리·무능케이스로 쫓겨난 것으로 볼까 더 두려워하고 있다. 새정부가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으니 다른 변명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감원과 기구축소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공감대가 형성돼있지만 각론에서 당사자 문제로 들어가면 모두가 반대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민주계 직원들은 집단시위를,민정계 직원들은 양심선언을 할 것이라는 자해성 공갈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당조직도 대폭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중앙당 사무처의 경우 현재 23개 국·실을 15개로 축소하고 시·도지부도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중이다.
사무부총장·정책조정실장·연수원 부원장도 숫자를 대폭 줄인다.<김진·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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