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절반 10년이상 구형/「간첩단」62명 사법처리 중간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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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검찰,사건 「심각」판단 강력한 처벌의지/5명 사형구형… 월내 1심 일단락 전망
남로당이후 최대규모인 「남한조선노동당」간첩단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관련자 64명중 대부분이 결심공판을 끝내 2월중 1심 재판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사건의 당초 구속자는 64명이었으나 전 민중당 고문 권두영씨(63)가 지난달 14일 서울 구치소에서 자살하고 군인신분인 이철씨(28·군의관)가 군사법원으로 넘겨져 서울형사지법에는 62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돼 왔다.
이중 불고지혐의 등 사안이 비교적 가볍다고 인정돼 단독재판부로 넘겨진 김대중씨 전 비서 이근희씨(26)와 장기표씨(47)의 부인 조무하씨(42) 등 10명 전원과 합의부에서 심리한 관련자중 유일하게 김선태씨(31·출판사 직원)가 선고공판을 마쳐 조씨 등 6명이 집행유예로 석방됐으며 김씨 등 나머지 5명은 징역 6월∼1년6월의 실형을 받았다. 이번 재판은 주요 관련자들이 대부분 검찰단계에서부터 혐의사실을 시인,유·무죄의 논란보다 이들이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검찰은 북한권력서열 22위인 이선실(76·여)이 직접 남파돼 재야인사 및 정치인 등 각계인사를 포섭대상으로 삼아 북한의 지령을 받는 지하조직을 구축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어느 대공·공안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심각성을 띠고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지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어느 공안사건보다 중형이 구형될 것이라는 예상대로 13일 현재 결심공판을 마친 관련자 57명중 5명이 사형을 구형받은 것을 비롯,▲무기징역 6명 ▲징역 15년 2명 ▲12년 5명 ▲10년 11명 등 절반이 넘는 29명에게 징역 10년이상의 중형이 구형됐다.
사형 구형자는 지금까지 전 민중당 대표 김낙중(57) 청해실업 대표 심금섭(63)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36) 강원도 당지도책 최호경(35) 전 민중당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손병선(52)씨 등 5명이며 황인욱(25) 양홍관(33) 장창호(33) 이경섭(26) 조덕환(25) 변의숙(25·여)씨 등 중부지역당 간부급 6명은 무기징역,은재형(28) 함정희(25·여)씨 등 2명이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그러나 장기표씨와 손병선씨의 딸 민영시(31) 등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나머지 5명은 가담 정도로 보아 사형·무기 등 중형을 구형받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군사기밀을 황인욱씨에게 넘겨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근희씨는 지난달 15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간첩 이선실과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민주당 부대변인 김부겸씨(34)는 징역 3년을 구형받아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서울형사지법의 6개 합의부 모두가 매달렸으나 워낙 관련자수가 많은데다 기록이 방대해 재판부별로 1주일에 2∼3차례씩의 특별기일을 지정,재판을 강행해왔다.
이와 함께 관련자들의 구속만기가 2월말∼3월 중순으로 끝나고 법관의 인사이동이 3월초 예정돼 있어 법원측은 이달 20일을 전후해 구형이 이루어진 대부분의 관련자들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정,이달안으로 사법처리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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